
중국 정부가 해외 소재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데 대해, 유럽연합(EU)이 공정 무역을 왜곡했다고 판단하고 상계관세 부과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우리 기업도 관련 규제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U, 초국경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조치 본격화'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EU가 제3국에서 수출국 기업에 제공한 '초국경 보조금'도 상계 가능한 보조금으로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인도네시아산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에 최대 21.4%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조사 대상이 됐던 인도네시아 소재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초국경 보조금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한 것은 2020년 6월 이집트산 직조·스티치 유리섬유제품과 연속필라멘트 유리섬유제품 사례에 이어 세 번째다. 세 가지 사례는 모두 중국이 일대일로 참가국 경제무역협력구역에 소재한 중국계 기업에 투자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했고 해당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EU로 수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EU 조사대상이 됐던 이집트 유리섬유제품 수출기업은 '중국-이집트 수에즈 경제무역협력구역' 내 소재한 중국기업으로 중국의 특혜금융 등 각종 지원을 받았다. EU는 '수출국 정부가 제3국 정부에 재정적 기여를 적극 요청·승인·채택했다며 제3국 정부가 제공한 재정적 기여는 수출국 정부에 귀속된다'는 논리를 확립하고 상계관세를 해당 기업에 부과했다.
인도네시아 스테인리스 제품에 대한 결정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인도네시아는 스테인리스 내수산업 발전을 위해 모로왈리 공단을 경제무역협력구역으로 지정하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했다. 모로왈리 공단은 인도네시아로부터 세금 감면 등 우대조치를 받고 중국으로부터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을 지원받아 니켈광 채굴에서부터 스테인리스 제품까지 통합된 산업기반을 구축했다. EU는 중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산 스테인리스 제품에 제공한 재정적 기여를 초국경 보조금으로 인정하고 인도네시아산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보고서는 “EU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국이 역외로 지급한 보조금을 문제로 삼고 입법안을 마련하는 등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소재 우리 기업이 해당 규제를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국경 보조금 규제 강화 및 확대 적용 가능성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