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방사화 구조물 오염 정도를 원전 해체 현장에서 바로 측정하는 기술개발에 성공, 상용화에 나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세안에너텍(대표 박재석)과 함께 '방사능 깊이 분포 현장 측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프로그램은 원자력연이 지난 3월 이전한 '방사화 구조물 방사능 연속분포 현장 측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원자력연은 정액기술료 5500만원, 매출액 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원자력발전소 내 핵심 설비들이 장기간 중성자 등에 노출되면, 일부는 방사성물질로 변한다. 이런 방사화 구조물은 원전 해체 시 '방사성폐기물'로 별도 관리되는데, 200리터 드럼당 1500만 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다. 방사화구조물을 정확하게 구별해 방사성폐기물량을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로를 둘러싼 대형 구조물은 성분과 중성자 간 거리에 따라 방사능 농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구조물에 직접 구멍을 뚫고 여러 깊이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시료를 실험실로 옮겨 단면별 방사능을 측정해야 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원자로 주변 콘크리트 벽면의 경우, 10개 이상 단면시료가 필요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원전 해체 현장에 시추 장비를 이송 및 설치하는 데에만 수일이 걸린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해체 현장에서 구조물 방사능 깊이 분포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시료 채취 단계를 생략하면서, 측정시간을 10분의 1 이상 단축한다.
연구진은 구조물 깊이에 따라 감마선 스펙트럼이 변하는 현상에 주목해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구조물 내부로 들어갈수록 감마선 에너지가 줄어드는 특성을 기반으로, 방사능 깊이 분포를 연속으로 계산한다.
이번 알고리즘은 기존 사용되던 검출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검출기가 특정 지점의 방사능을 측정하면, 깊이별 방사능 분포를 역산해낸다.
원자력연은 고리1호기 및 의료용 가속기 시설 '사이클로트론'에서 실제 방사화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측정, 실효성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국내에서 관련 특허등록 2건을 완료한 상태다.
홍상범 원자력연 해체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방사능 분포를 현장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소요 시간 및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원전해체 시점이 한발 가까워진 만큼, 이번 기술이 해체사업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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