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 등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외국인력 정책 대전환 토론회'에서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성 변화와 산업 구조 선진화에 따른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외국인력 도입 이외에 해법이 없지만 외국인 근로자도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민자의 수도권 거주 비중은 59.4%, 재외동포는 약 80%에 달한다”며 “이민자는 지역 이동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정주체류자격을 얻으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역·업종·부문 간 인력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사용주 스폰서십 강화 중심의 고용허가제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체류기간을 최대 12년(3+3+3+3)으로 늘리고, 재입국 시 사용주 스폰서십을 적용해야 한다”며 “사업주가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3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동일 조건 내국인 근로자 대비 100.2% 수준”이라면서 “비전문취업(E-9) 등의 자격으로 취업활동 중인 숙련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기체류를 허용하는 비자(E-7-4)의 선발 규모를 비수도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청으로 인해 고용허가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도 기피하는 사업장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인권 존중과 인력 부족 해결 모두 달성하기 위해 사업장 변경 범위를 업종·규모·지역 등을 기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구로 곤란을 겪는 사례가 소개됐다.
전라남도 소재 거광기업의 문수용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노동자 4명이 귀국한 지 15일 만에 이동을 요구했고 들어주지 않자 태업은 물론 삭발 투쟁을 벌였다”며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우리 회사에 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로 이동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대홍 한국점토벽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 교환을 하고 근무환경이 더 좋은 사업장으로 이동하려 한다”며 “사업주가 근로계약 해지를 거부할 경우 이들의 태업 등으로 인해 근무 분위기와 생산성을 저해하는 데도 마땅한 대응 전략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영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장은 “고용허가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업주가 피해를 입는다”며 “'단기→장기', '비숙련→숙련', '순환→정주'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