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리 인상 필요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 용인해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면서도 미국과 한국 간 물가 및 경기 상황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기준금리 격차는 일부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6일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과 함께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며 경제 전반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어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금리에 맞춰 한국 금리를 조정하는 '금리 동조화 정책' 대비 '독립적 통화정책'이 일시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가져오더라도 중기적 물가 안정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수요와 무관하게 기대인플레이션 안정 추구 및 통화당국 성향 변화에 따라 금리를 올릴 때 한국이 금리 동조화 정책을 사용하면 한국 경제에 경기 둔화가 파급될 것으로 봤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독립적 통화정책을 쓰면 금리 동조화 정책을 쓸 때보다 소비가 0.0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정 실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면서도 “한미 간 물가와 경기 상황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준금리 격차는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으면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에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았으나 자본유출과 외환시장 경색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한국의 대외건전성을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되고 있어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환율이 오르고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자본이 있지만 급격한 자본유출이나 외환시장 경색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게 되면 한국은 상당한 경기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