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가상자산 '루나'(LUNA)의 가치 폭락으로 작동을 멈춘 테라 생태계를 수습하기 위한 두 번째 계획을 내놨다. 17일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잿더미에서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기회”라며 “생태계와 커뮤니티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테라를 새로운 체인으로 포크(fork)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포크는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새롭게 개선되면서 2개 네트워크로 분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느린 거래 속도와 비대해진 수수료 등 초기 가상자산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를 통해 분화된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등이 대표적이다. 권 대표는 생태계가 망가진 기존 네트워크는 '테라 클래식'과 '루나 클래식'으로 두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체인의 스테이블코인, 토큰을 각각 테라 및 루나로 부르자는 것이다. 새로운 체인에서 형성된 10억개의 가상자산은 폭락 직전 시점에 기존 테라·루나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에어드롭 방식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기존 테라 생태계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 됐다. 이보다 앞서 테라USD의 준비금을 비축하고 있던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대부분 매각했다고 16일 밝혔다. 7일 기준 LFG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은 총 8만394개로 집계됐다. 이는 당시 시세로 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테라USD의 페깅(가격연동)이 깨지고 루나마저 폭락하자 LFG는 비트코인을 매각해서 테라USD를 사들인 후 이를 소각해 페깅을 회복하려 시도했지만 가격이 제자리를 찾지 못함에 따라 테라 프로젝트를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현재 LFG에 남아 있는 비트코인은 300여개로 추산된다.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들은 테라 회생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14일 “포킹은 새로운 포크에 아무런 가치를 주지 않는다”며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17일 “SMH”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고개를 젓다'(Shaking My Head)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절레절레' 정도의 의미다. 이와 더불어 '도권닷넷' 등 일각에서는 권 대표를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권토큰' 발행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 현황 파악에 나섰다. 각 가상자산거래소에 루나와 관련한 거래량과 종가, 루나와 테라를 보유한 투자자 수, 거래소의 대응에 대한 자료 등을 요청했다. 1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루나 사태에 대한 윤창현 의원의 질의에 “법적으로 제도화가 되어있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는 있지만, 가격이나 거래 동향이라든지 숫자 현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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