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구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원자재 가격 급등, 주택 거래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채널 다각화에 소홀하고 트렌드 대응에 늦은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격 인상, 리브랜딩 등 탈출 방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넥스는 1분기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한 이후 4분기 연속 적자다. 1분기 매출액은 4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떨어졌다.
퍼시스그룹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는 1분기 영업이익 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매출액은 721억원으로 3.3% 오르는 데 그쳤다.
중견 가구기업 에몬스도 지난해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에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한때 20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액은 13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외부 영업 환경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오른 ㎥당 최대 90만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물류 공급망 차질, 유가 급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구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엔데믹 시작으로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획일화된 판매 채널이 취약점을 키웠다.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을 늘리거나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경쟁업체와 달리 채널 다각화에 소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에넥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 가운데 특판사업 비중은 77.2%에 달한다. 특판사업은 건설사나 시행사 대상으로 건설 단계에서 가구를 공급하는 대표적 기업간거래(B2B)다. 같은 기간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4%에 불과하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에넥스는 이달 1일부터 주방가구 전체 품목 가격을 5~10% 인상했다. 시디즈는 지난 4월부터 190여개 품목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에몬스는 수납장, 서랍장, 옷장 등 100여개 품목에 대해 평균 3~4% 인상했다.
고객층 확대에도 나섰다. MZ세대 공략을 위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에몬스는 지난 16일 젊은 감성을 강조한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선보였다. 단순 가구 판매를 넘어 공간을 디자인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시디즈는 지난 15일까지 2주간 서울 성수동에서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BTS 대표곡들을 테마로 디자인한 신제품 3종을 출시해 체험존을 운영하는 등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모았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