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식용유 수급 문제에 부딪혔다. 대형 제조사에서 공급 받는 식용유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납품 수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식용유 대란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결론 내린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자재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도 업소용(18ℓ) 식용유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조사에 이전과 같은 물량을 주문해도 실제 발주량은 절반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급 불안정은 지난해부터 있던 얘기지만 이달 들어 특히 심해졌다”며 “제조사들이 물량을 풀지 않으면서 연초 평균 주문하던 물량의 30% 수준만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대형 식품사로부터 식자재를 받아 식당에 공급하는 중간 도매상 역할을 한다. 국내 식용유는 90%가량이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소비된다. 업체들이 겪는 물량 부족 문제는 일반 식당의 재료 수급 문제와 직결된다.
식자재 업계에서 업소용 식용유 시세는 한 달 새 최대 2만원이 올랐다. 그나마도 빠르게 발주를 넣지 않으면 대형 유통 업체에 물량을 뺏겨 금새 동나는 것이 다반사다. 업소에서 주문한 물량을 맞추지 못해 거래가 일부 끊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식용유 대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 등이 맞물려 불거졌다. 연초부터 이어진 국제적 공급 이슈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일부 대형마트와 e커머스 업체들은 1인당 구매 개수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태 파악을 위해 지난 17일 CJ제일제당·롯데푸드·오뚜기 등 주요 제조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수급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우려한 가수요만 진정되면 안정될 것이라는 게 결론이다.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소 제조사에서 원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든 업체들이 대형 제조사에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제조사마저 공급을 잠근다면 식용유 대란은 장기화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형 제조사 관계자는 “작은 제조사들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큰 회사로 계약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공급선을 어떻게 확보할 것 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조만간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과 공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식자재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통사들이 자체적으로 유통질서를 지키기 위해 제한하는 것일 뿐 공급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대형 제조사, 공급량 절반 이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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