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 체계에 대한 논의가 커지는 분위기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나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산유국을 통한 수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단기적 노력과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더욱 커질 분위기다.
주목받는 기술이 있다. 투명한 태양광 패널이다. 태양광 기술은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유형으로 자리매김했다. 태양광을 통한 에너지 수급은 중국, 호주, 미국과 같이 대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대규모 부지를 형성할 수 있는 국가는 손쉽게 채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영토가 좁아 태양광 패널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국가는 전방위적 적용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건물 옥상이나 사막, 산을 깎아 만든 얕은 경사면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태양광 산업 자체에 대한 논쟁과 의구심도 함께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또 태양광 에너지는 점점 확산하면서 가격도 낮아지지만 태양광 패널은 무겁고 무엇보다 시커먼 색깔이 미적인 차원에서도 도시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고민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투명한 태양광 패널이다. 태양광 패널을 유리같이 완전히 투명한 평태로 만들 수 있다. 투명한 태양광 패널 기술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면 건물 옥상은 물론 통유리로 된 건물 외벽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어 태양광 활용률이 극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투명한 태양광 패널은 자동차에도 적용 가능하다. 투명한 태양광 패널을 적용하면 전기차 앞뒤 유리창은 물론이고 차량 색상을 자유롭게 해도 그 위에 투명한 태양광 패널 소재로 코팅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차량 전체가 태양광 발전 장치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태양이 내리쬐는 곳에서는 충전하면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얇고 투명한 태양광 패널은 어디에나 적용 가능하다. 심지어 스마트폰 화면과 케이스에 적용하면 우리는 충전을 하기 위해 콘센트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게 될 것이다.
열거한 내용이 실현 가능해진 배경 중 하나로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는 꿈의 물질 덕분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183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광물에 붙여진 이름이다. 19세기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y)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산화 칼슘 티타늄인 이 광물은 양이온과 음이온을 구성하는 원소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며 반도체 성질을 띤 것이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메모리, 센서 등에 적용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폴리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이 쉬워 기존 태양광 패널보다 20~500배까지 얇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명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유기물이 포함돼 자외선과 수분에 취약하다. 중금속 물질인 납 성분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페로브스카이트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 납이 들어가는데 이는 현재 주석, 나트륨, 비스무트 등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투명한 태양광 패널이 우리 사회를 바꿀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