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 실린 화물에 가해지는 진동과 충격을 대폭 줄이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세계 최초로 거둔 성과다. 진동과 충격에 취약한 전자제품, LCD, 반도체 등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 60% 이상, 충격 80% 이상을 줄여 화물 파손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이와 같은 '철도화물 진동저감장치'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미 진동 및 충격을 50% 줄이는 무진동 트럭이 활용되지만, 여기에 쓰인 진동제어용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 내구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크다. 장거리 대량 수송 화물열차에 적합하지 않다.
개발 장치는 진동을 흡수하는 댐퍼, 코일스프링 조합으로 화물 무게를 지지하면서 진동과 충격을 줄인다. 화물 무게가 바뀌더라도 충분한 진동 저감 성능을 유지해 국내·국제 특허를 얻을 수 있었다. 기존 컨테이너를 개조하지 않고 진동저감장치만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컨테이너 내부 바닥 양측에 2열로 설치해 특수 설계된 화물 운반대(화물 팰릿)를 적재한다.
설치와 제거가 간편하고 지게차 진입이 쉬워 화물 상하차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컨테이너로 수송되는 모든 화물에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 화물 운반대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경할 수 있어 컨테이너 외 운송 과정에도 쓸 수 있다. 또 완충을 위해 사용되는 과다 포장재와 플라스틱을 줄여 친환경 수송이 가능해졌다.
철도연은 지난 1년 동안 실시한 실험실 내 부품 시험, 2년 동안 진행한 천안-의왕-부산 수송 시험으로 성능검증을 마쳤다. 영하 60도 저온, 80도 고온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검증했다.
장치 기술은 참여기업인 유니슨테크놀러지에 기술 이전돼 물류 기업에 보급될 예정이다. 양산체계를 구축하면 제작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어 많은 수출이 기대된다.
장승호 철도연 책임연구원은 “경제성을 최우선 고려해 설계 및 제작했다”며 “도로, 해운, 항공 등 운송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고 다른 운송 분야에도 간편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확장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석윤 철도연 원장은 “철도화물 진동저감장치는 철도화물 수송의 안전성 및 효율성 강화를 통한 철도 물류 경쟁력을 높인 기술”이라며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 친환경 운송 수단인 철도 물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K-철도물류 기술개발에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 기술 개발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교통물류연구사업으로 이뤄졌다. 철도연이 주관하고 한국철도공사, 유니슨테크놀러지, 한국교통대가 참여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