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새로운 위기를 해결하는데 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하겠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4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ERT 언팩'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신기업가정신이 새로운 과제를 해결할 주체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만이 아닌 기업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이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 활용되면 기업과 사회가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봤다. 사업보국이 경영기치가 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 증진이 경영비전 축이 되는 '뉴노멀 기업가 시대' 진입을 알리는 일성이다.
◇'꼰대기업', 변해야 산다
최 회장은 신기업가정신 소개에 앞서 '꼰대'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 들었다. 그는 꼰대 특징으로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변할 생각도 없다고 정의하면서 이런 '꼰대기업'도 많다고 지적했다.
공급자 중심 환경에서는 꼰대기업도 살아남았지만 갈수록 수요자(고객) 요구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꼰대' 성향은 생존과도 직결된다. 신기업가정신 역시 고객 요구에 기반한 생존을 위한 변화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기업도 변해야 한다는 원칙은 알지만 어떻게 변해야 할지 잘 모른다”면서 “지난 1년간 국민, 전문가, 회원기업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기업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신기업가정신 정립을 위해 전문가, 기업 등과 70여 차례 간담회를 비롯해 3만명이 넘는 국민 의견을 들었다. 기업을 향한 따뜻한 응원도 있었지만 냉철하고도 비판적인 시선이 상당했다. 고객 입김이 세지면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성장과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업 정서'를 해소할 계기가 필요한 이유다.
◇'사회문제', 기업이 적극 나서 풀어야
최 회장은 이날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출범을 알리면서 이 조직을 '한국판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로 설명했다. 미국 경제단체 BRT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 고유 정신을 계승해 새로운 혁신 모멘텀으로 이끌겠다는 의미다. 그는 “BRT의 B(Business, 사업)와 ERT의 E(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의 사전적 정의만 봐도 성격이 다르다”면서 “기업가정신은 우리의 DNA이자 중요한 덕목인데, 이 부분에 더 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석학은 기업가정신으로 모험과 도전정신, 파괴적 혁신을 꼽았지만 우리 기업이 만들고 실천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기업이 변하고, 새로운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가는 혁신이 새로운 기업가정신”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유행, 글로벌 공급망 붕괴, 기후변화 등 정부만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혁신 DNA를 가진 기업이 동참하는 것이야 말로 뉴노멀 시대 기업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ERT는 기업선언문에서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을 5대 실천과제로 삼았다. 이 선언문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배달의민족, 토스 등 76명의 기업인이 서명했다.
◇'신기업가정신', 인센티브로 확산 촉진
ERT 사무국을 중심으로 신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해 우수 사례 발굴과 금융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한다.
확산 전략으로 인식·행동·측정·소통 등 4가지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우선 '인식' 단계는 국민과 기업의 인식 간극을 확인하고 변화 모색을 하는 과정이다. 국민이 기업에 원하는 것을 찾아내 기업 역할 변화 등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행동' 단계에서는 업계가 공동 혹은 개별로 진행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어 실제 행동으로 옮긴 다양한 활동이 기업 경영과 사회 가치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측정한다. 이 같은 결과를 국민에게 공유해 인식 차이를 해소하는 소통 활동을 확대한다.
최 회장은 “기업이 돈 버는 것은 측정하는데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공헌하는 것은 측정하지 않는다”면서 “누가 잘하는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기업가정신 실천을 위한 활동 방법도 제시됐다. 쓰레기 줍기 등 환경 보호 활동을 위한 '줍줍 챌린지', 주변 의식 없이 퇴근하는 '참 눈치가 없네', 일회용 용기 사용을 줄이는 '용기내 챌린지' 등이다. 이 외에도 기업이 스스로 활동을 제안하고 공유하면 ERT 사무국을 중심으로 우수 사례를 전파한다.
최 회장은 “ERT사무국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기업은 사정에 따라 공동 혹은 개별 아이템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면 된다”면서 “금융권과 협의해 우수 아이디어와 실천 기업에는 인센티브 부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