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용량·안전성 모두 잡았다...에너지연, 고성능 알루미늄 배터리 개발

수명이 짧고, 폭발 위험성도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안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그래핀·탄소나노튜브(CNT) 복합 전극을 활용해 1분 내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고성능 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윤하나 에너지저장연구실 책임연구원팀이 목포대, UC 버클리대, 하버드대와 공동연구로 초저가, 초고속 충전, 장기간 사용 등 특징을 갖춘 고성능 알루미늄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에너지연이 국제 공동연구로 개발한 초고속 충전 가능 알루미늄 이온배터리 파우치 셀.
에너지연이 국제 공동연구로 개발한 초고속 충전 가능 알루미늄 이온배터리 파우치 셀.

알루미늄은 독성과 폭발 위험성이 없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지구상 세 번째로 많은 원소로 가격이 저렴해 수급이 쉽다. 알루미늄 이차전지는 알루미늄 이온을 사용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최신 기술로 상용 배터리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알루미늄 이온 배터리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단결정 그래핀 전극층 수를 다양하게 변화시킨 온칩-전기화학 셀을 제작, 몇 층에서 테트라클로로알루미늄산염(AlCl4-) 이온 인터칼레이션 반응이 일어나는지 분석했다. 인터칼레이션은 층상구조 물질 층간에 원자와 이온이 삽입되는 현상이다. 전지 작동 핵심이다.

연구진은 2, 3층과 달리 4층 그래핀 전극 소재부터 인터칼레이션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열분해 흑연보다 AlCl4- 이온 인터칼레이션을 쉽게 하는 그래핀·CNT 복합체 양극을 디자인했다.

이번 연구로 개발한 알루미늄 이온 배터리용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복합 양극소재 분석자료
이번 연구로 개발한 알루미늄 이온 배터리용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복합 양극소재 분석자료

개발한 양극을 활용한 알루미늄 이온 배터리 셀을 성능 평가한 결과, 기존 열분해 흑연보다 60% 향상된 용량을 나타냈다. 또 전체 이온 확산도가 약 2.5배 증가해 1분 내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1분30초 초고속 충전을 4000회 이상 수행해도 약 98% 용량을 유지했다.

윤하나 에너지연 책임연구원은 “불명확했던 알루미늄 이온 전지 전하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함과 동시에 알루미늄 이온 이차전지가 가지는 성능 상한범위 확인이 가능했다”며 “이는 실제 배터리 제작 시 성능 개선을 위한 전극 소재 접근 방안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유충열 목포대 교수는 “온칩-전기화학 셀 기반 실시간 전하수송 측정을 통한 인터칼레이션 메커니즘 분석은 전극 내부 이온 삽입과정을 부반응 없이 직접 조사할 수 있으며, 미세 삽입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며 “추가적인 소재 엔지니어링을 통해 배터리 성능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나노과학기술 분야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연 기본사업과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 산림청 산림과학기술개발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기획평가원 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본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