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선택은 이번에도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15년 만에 2개월 연속 금리를 올렸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를 잡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 14일에 이어 2회 연속 인상이다. 지난해 8월부터 같은 해 11월, 올해 1월과 4월에 이어 약 9개월 사이 다섯 번이나 금리를 높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건 2007년 7월과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0.75∼1.00%P로 벌어졌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2회 연속 인상을 단행한 건 치솟는 물가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지난 2월 3.1%보다 크게 높여 잡은 4.5%로 예상했다.
한은의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11년 7월(연 4.0% 전망) 이후 10년 10개월 만으로,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큼을 말해 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면서 “취약 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실기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되고, 그 결과 물가가 높아지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경제 불안이 커져서 취약 계층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조금 깎아 먹더라도 물가 잡는 데 더 몰두하겠단 얘기다. 이날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내년엔 2.4%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총재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 내외)보다 높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 상방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 예상을 2.25%에서 2.50%로 올렸는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물가 수준이 많이 올라가서 당연히 시장 예측도 올라가는 건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이날 주식과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외환시장도 횡보했다.
다만 대출자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에 비해 3조20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최근 1개월 새 금리가 0.5%P 오른 걸 감안하면 앞으로 가계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가량 증가한다. 지난해부터 1.25%P가 오른 걸 단순 계산하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할 이자만 약 16조원에 달한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