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물러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다시 개헌을 꺼냈다. 그는 통합의 정치를 위해서라도 제도를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엄존하고 있다. 장애물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며 “우리 정치의 갈등·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선거제도에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현재 정치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남겼다. 그는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지받는 정당이 되려면 침묵하는 다수까지 포함하는 정책과 노선을 걸어야 한다.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증오의 정치와 적대적인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자기 편만 보는 정치는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이번 대선 때도 누가 대한민국을 위한 지도자인가를 살펴보기보다 흠집을 내는 비난의 정치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뜻있는 정치인들과 뜻 있는 계층이 증오의 정치를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해법으로 '개헌'을 제시했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권력 분산을 제도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권력 집중은 피할 수 없다”며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갖는 선거제도에 있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586세대 퇴진론'으로 상징되는 인위적인 정치세력 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 의장은 “노장청의 결합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회의 발전은 경험과 경륜, 미래를 보는 지혜, 새로운 시각, 참신함 등을 적절하게 갖춘 노장청의 결합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특정 세대의 진퇴문제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다소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의장은 검찰개혁(검수완박)법 통과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면담을 거부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또한 일부 여성 의원을 밟고 지나갔다는 비난도 들었다.
박 의장은 “국회의장 주변에는 경위들이 둘러싸고 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의원들과 접촉할 수가 없다. 명명백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그동안 전화와 면담 신청을 다 받았다. 개인적으로 사과했지만 내가 받지 않았다”며 “자질의 문제다.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처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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