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코딩으로 블록을 쌓으면서 변수를 알아간다. 게임처럼 3차원으로 펼쳐진 화면에 1부터 10까지 일일이 명령어를 넣어 블록을 위 아래로 쌓았다가 그 다음에는 1부터 10까지로 정의한 변수를 사용해 코드 한 줄로 블록을 쌓는다. 수식이나 변수 하나로 문제를 간단하게 정의하게 된 것이다. 변수를 여러개 써서 명령문 안에 명령문을 넣기도 한다. 추상적이었던 변수라는 개념이 왜 필요한지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깨닫는다.
서울 용강중학교 2학년 코딩수학 동아리 수업 시간이다. 수학시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교사 질문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답하고 원하는 구조의 도형이 나오지 않을 때는 교사에게 묻기도 한다.
코딩수학은 간단한 코딩으로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업이다.
김나리 교사는 “추상적인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코딩이 가상의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과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 실험을 하듯, 수학 원리를 이해하는 공간을 코딩프로그램이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20~30점 정도에 머물던 부진 학생들이 코딩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니 수학점수가 30~40점이나 쑥쑥 오르는 경험을 했다.
김 교사는 부진한 학생들을 보충해줄 방법을 찾아 코딩수학을 시도하게 됐지만 우수학생들에게도 좋은 도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수 학생은 고차원 과제에 도전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코딩은 모든 학습자가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니 문제풀이 수업과 달리 질문도 쏟아진다.
다양한 명령어로 피라미드 같은 블록을 만들어 보던 조은찬 학생은 “수학이 눈으로 보이니까 재미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26일 2시간 동안 코딩을 활용해 3차원 공간에서 사각형 블록을 쌓는 방법과 삼각형 블록을 쌓는 방법을 배웠다. 간단하게 배운 코딩으로 남대문과 같은 형태의 블록을 만들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다음 수업까지 수학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 모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코딩수학과 같은 융합수업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형태다.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수업 시간 확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로 들어갔지만 기존 수업 시간 자체가 너무 짧아 두 배로 늘려도 턱없이 부족하다.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면서 기존 과목의 이해도도 높이는 방식으로 코딩수학과 같은 융합수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사는 코딩수학의 효과에 확신을 하지만 정규수업으로는 어려움도 많다고 토로했다. 정해진 시수와 진도를 따르다 보면 벅찰 뿐만 아니라 평가 기준도 아직 모호하다. 학생들이 내놓는 산출물은 모두 다른데 특정 기준을 적용해 점수를 주는 형태로 성과를 가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학년 자유학년제를 활용할 수 있어 코딩 수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2학년을 맡은 올해에는 동아리수업을 열었다.
김 교사는 “객관적인 평가툴이 아직 없는 것이 융합수업을 해보려는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같다”면서 “다른 과목과 융합해보려면 진도나 평가기준을 서로 맞춰야 하는 것도 난제”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코딩수학 동아리 운영하는 용강중학교 수업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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