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윳값 안오를까...원유가격 협상 난항

한 편의점 매대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박효주기자]
한 편의점 매대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박효주기자]

원유가격결정제를 두고 정부와 낙농업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한 2013년 이후 매년 5월 말 우유 생산비 발표 후 이를 근거로 6월 초부터 가격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도가 시장 현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개편에 나섰고 낙농가는 생산 기반이 무너진다며 대치하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이달 초부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설치하고 8월부터 적용되는 원유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전체 일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통계청 농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라 전년도 생산비 지표, 물가 변동률 등을 고려해 원유기본가격에 반영하고 매년 8월 1일부터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협상위원회에서 원유가격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원유를 사들이는 유가공업체들은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이를 반영해 우유가격을 올리는 구조다. 통상 우유 가격이 오르면 커피와 과자, 빵 등 우유를 원료로 만드는 가공식품도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해왔다.

정부와 유가공업계는 이러한 가격 결정제를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인 음용유와 치즈나 버터를 만드는 가공유로 용도를 나눠 원유 가격에 차등을 둬야한다는 것이다. 음용유의 경우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더 싼 가격으로 하고 농가 소득 감소를 막기위해 총 구매량은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량이 줄고 있지만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소비는 같은 기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음용유에 맞춰진 원유가격 탓에 유가공품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며 수입 유제품과 경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국산 원유 자급률도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낙농가는 “사료값 폭등과 사육기반 붕괴로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정부의 개편안 발표 이후 지난 2월부터 국회 앞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통계청 생산비가 발표됐지만 수요자측에서 제도 개편을 핑계로 낙농진흥회 규정에 의거한 가격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유가공협회가 낙농가의 실상과 요구를 무시한다면 납유거부 등 2차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