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마리우폴 함락시킨 전술로 세베로도네츠크 80% 장악"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루한스크 주) 전선의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를 방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점차 전세가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현재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인구 10만명의 세베로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를 손에 넣으면 '특수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돈바스 해방'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한 뒤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 기능을 마비시킨 뒤 잔여 병력 소탕을 위해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이 전술로 항복을 받아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은 점령하려고 하는 곳의 경제적 생존 능력을 파괴하는 전술을 계속 구사한다”며 “루한스크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학공장 '아조트'를 폭격한 것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파괴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세베로도네츠크가 함락 위기를 맞았지만, 강 건너편의 리시찬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매일 폭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히르스케 마을과 리시찬스크에 인도적 물자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선에 병력을 집중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세베로도네츠크는 포격이 너무 심해 실제 사상자 파악도 힘들 지경이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했다.

돈바스 전선에서 격전이 오가는 가운데 미국과 독일 등 서방이 최첨단 무기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첨단 로켓 등 추가 무기 지원안을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같은 날 대공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은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면서 “미국은 실제로 우크라이나인들이 절멸할 때까지 러시아와 싸우게 하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