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우울증부터 암까지…쓰임새 넓히는 전자약

전자약은 약물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치료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주로 우울증, 불면증 등 신경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비만,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만성질환부터 파킨슨병, 크론병 같은 난치성 질환과 암까지 적용 분야가 확대되는 중이다. 전자약 형태도 몸에 부착하는 패치형부터 웨어러블 기기 형태, 삽입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울증, 강박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정신질환 분야가 전자약 대표 활용 분야다. 뉴로시그마는 ADHD를 적응증으로 한 전자약으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뇌 삼차신경에 전자 패치를 통한 자극을 가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와이브레인이 미세 전기자극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자약 '마인드스팀'으로 지난해 식약처 시판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4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선정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와이브레인은 치매, 불면증, 스트레스 등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개발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 (사진=와이브레인)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 (사진=와이브레인)

만성질환 분야에도 전자약이 활용된다. 인스파이어메디컬시스템스는 기도 신경을 자극해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으로 FDA 승인을 받았고, 엔테로메딕스는 중증 비만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상용화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전자약도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저전압 전기자극으로 뇌 미주신경을 자극해 급성 코로나19 환자의 기도 수축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난치성 질환 치료 분야에도 시도되고 있다. 미국 칼라헬스는 손목시계처럼 착용해 손떨림 등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전자약으로 2019년 FDA 승인을 받았다. 손 떨림을 확인하고 신경에 전기신호 자극을 통해 수전증을 개선하여 FDA 승인을 받았다.

뉴로시그마가 개발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전자약 (사진=뉴로시그마)
뉴로시그마가 개발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전자약 (사진=뉴로시그마)

전자약은 항암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노보큐어는 지난 2019년 기존 항암제와 병용 치료하는 뇌종양 치료 전자약을 최초로 출시했다. 머리에 붙이는 패치 형태 장치로 전기장을 발생시켜 암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원리다. 노보큐어는 폐암, 췌장암, 난소암 등을 대상으로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뉴아인이 처음으로 세포실험에서 전자약 항암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전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노보큐어는 머리에 붙이는 패치 형태 뇌종양 치료 전자약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사진=노보큐어)
노보큐어는 머리에 붙이는 패치 형태 뇌종양 치료 전자약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사진=노보큐어)

의료계에서도 난치병 치료에 도전하는 전자약 연구가 진행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의공학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과 협업해 뇌전증과 배뇨장애 치료를 위한 이식형 신경 자극기, 뇌졸중·파킨슨병, 안구표면 질환, 안면마비 치료를 위한 비침습 신경자극기 등 5개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