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납품단가 연동제 중소기업 피해 가중할 것”...중기 주장과 배치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근로자와 소비자에도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원자재 가격 10% 상승 시 산업생태계 변화 (단위: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원자재 가격 10% 상승 시 산업생태계 변화 (단위: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납품단가 연동제가 중소기업에 도움이 아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중소기업계의 상생 주장과는 배치된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대기업 납품단가에는 거의 변동이 없어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상생협력 차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5개 원자재 산업과 12개 산업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 일자리, 소비·투자·수출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를 쓸 것이라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한경연은 납품단가 연동제에 따른 비용 증가로 대기업의 산출물은 0.93%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산출물도 0.14%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이 감소하면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 총 4만7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은 0.2%포인트(p)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납품단가 상승에 따른 대기업 손실은 재화가격 인상을 부추겨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가 14% 증가하고, 소비는 0.14% 감소하고, 투자는 0.2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조경엽 한경연 연구실장은 “대·중·소 상생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경쟁이 아닌 정부의 보호와 대기업의 선의만을 기대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의 퇴출은 불가피하다”면서 “선도기업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한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경연 “납품단가 연동제 중소기업 피해 가중할 것”...중기 주장과 배치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