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들이 올 하반기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에 가상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연동하는 시도에 나선다. 디지털자산을 고객 자산 중 하나로 인식하고 은행 앱에서 실시간 가상자산 시세를 조회하는 수준부터 구현하기 시작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빗썸과 가상자산 시세연동을 시작한데 이어 KB국민은행도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와 협업해 시세연동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금 등 가상자산 외에 다양한 형태 디지털자산 현황을 마이데이터에서 제공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API 방식으로 빗썸 가상자산 시세를 연동하기로 했다. 농협은행 올원뱅크 앱에서 NH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접속하면 자신이 보유한 가상자산 시세를 알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도 이달 중 빗썸과 제휴해 가상자산 시세를 KB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연계해 제공할 계획이다. 빗썸을 시작으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협상해 마이데이터에서 자신이 보유한 가상자산 시세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아직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비록 사용자가 수기로 자신이 보유한 가상자산 가격을 입력해야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지만 KB마이데이터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다양한 디지털자산을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머니버스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코빗에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와 서비스 연동은 당장 계획하고 있지 않다. 다음 달부터 디지털 금 등 사용자가 보유한 디지털자산 시세를 머니버스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양 은행 모두 아직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하지 않고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다만 하나은행은 지난 4월 디지털자산 투자서비스 기업 업라이즈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자산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데 따른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이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앱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단순 연동도 사실상 금기시돼왔다. 현행법상 은행 겸영·부수업무 범위에 가상자산이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앱에서 금융자산처럼 가상자산 현황도 조회할 수 있게 되면 사용자가 가상자산을 금융자산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당국 우려도 깔려있다.
반면 일부 핀테크 기업은 가상자산 시세를 연동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기반 디지털자산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핀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 시세를 자산으로 연동해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매입 평균단가와 보유량을 입력하면 추후 업비트 기준 시세가 반영돼 현 기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뱅크샐러드도 핀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가상자산 시세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에 가상자산 시세를 연동하는 것은 가상자산도 개인 자산의 하나로 포함하는 것이어서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이 더이상 금융권에서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도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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