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철강업계 대표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을 규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진정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보는 사고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재한 철강산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 “최근 글로벌 경영 트렌드는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안전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는 사망사고 위험이 높은 철강업의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당부하기 위한 자리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스틸,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등 6개 철강사 대표이사와 한국철강협회가 참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7일 기준 산재 사망사고는 전년 대비 8% 감소했으나 제조업에서만 사망사고가 6.8% 증가했다. 철강업에서도 지난해 12명 노동자가 사망했고 올해도 5월까지 5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올해 철강업 사망사고 5건은 모두 설비 설치·수리(3건), 자재 인양·운반작업(2건)에서 발생했다. 이는 관리감독자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계획서 수립, 정비작업 전 설비 작동 중지 등의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관은 “기존 방식을 고집해서는 절대 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으며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경영체계에 안전의식을 내재화해 경영과 안전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기업 DNA를 바꾸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자율적 사고 예방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산업계는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지나친 프로세스 규제가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장관은 “기업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자율적 사고예방 체계를 현장에 정착시킴으로써 사망사고가 가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우선 나타나야 한다”면서 “앞으로 기업이 스스로 사고를 예방해 나갈 수 있도록 전국 현장을 돌며 독려하고 정부가 도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장관은 철강업계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규제보다 ESG 전환이라는 글로벌 경영 트렌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안전에 대한 투자는 몇 배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이제는 안전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는 “창립 이래 반세기 이상 뿌리 깊은 생산 중심 문화에서 안전 중심 문화로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관계사 직원을 포함해 포스코 현장에서 일하는 모두가 안전하게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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