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물질의 딱딱한 정도, 모양은 질병 관련 정보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압력을 가해 탄성도를 측정하는 '탄성 초음파 검사'는 유방암 진단에 주로 활용된다. 다만 탄성 초음파 이미지를 해석하려면 전문가 견해가 필수적이고 주관적이기까지 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현정 스핀융합연구단 연구원팀과 이수연 인공뇌융합연구단장팀이 촉각 뉴런 소자와 인공신경망 학습 방법을 접목해 질병 진단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개발 촉각 뉴런 소자는 접촉하는 물체의 딱딱하고 부드러운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감각 뉴런은 감각 수용체를 통해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를 전기적 스파이크 신호 형태로 변환한다. 자극이 크면 생성 스파이크 주파수가 빨라진다.

KIST 연구진은 이런 감각 뉴런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압력센서와 오보닉 임계 스위치 소자를 결합한 인공촉각뉴런소자를 개발했다. 오보닉 임계 스위치는 특정 전압 이상에서 매우 낮은 저항 상태가 되고, 전압이 낮아지면 매우 높은 저항 상태를 가지는 소자다. 개발 인공촉각뉴런소자는 딱딱한 물질일수록 누를 때 압력을 더 빨리 느낀다는 부분에 착안, 누르는 힘이 클수록 더 빠른 전기적 스파이크를 발생시키도록 했다. 압력 감지 민감도를 동시에 개선해 고응답, 고민감도 소자로 만들었다.
소자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스파이크 속도는 0.00001초 이하다. 실시간으로 누르는 힘 변화를 스파이크로 변환할 수 있다. 또 기존 소자가 물질을 가볍게 누르는 정도의 낮은 압력(약 20kPa)을 20~40헤르츠(㎐) 수준 스파이크 변화량으로 감지할 수 있었던 반면 개발 소자는 1.2메가헤르츠(㎒) 수준으로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발 소자를 실제 질병 진단에 활용하기 위해 인공신경망 학습기법을 접목, 악성·양성 유방암 탄성 이미지 학습을 진행한 결과 최대 95.8% 정확도로 유방 종양 악성 여부를 구분할 수 있었다. 탄성 초음파 이미지 픽셀별로 나타난 색을 스파이크 주파수 변화량 수치로 변화시키고, 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더 간단하고 정확하게 유방암 진단이 가능케 했다.
KIST 연구진은 “개발 기술은 간단한 구조와 방식으로 기계적인 물성 감지 및 학습이 가능하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현재 탄성 초음파 이미지로 얻을 수 있는 물체의 탄성 이미지를 인공촉각뉴런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초음파 탄성 이미지의 단점인 반사 노이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전력, 고정확도의 질병 진단뿐만 아니라 로봇 수술 등과 같이 수술 부위를 인간이 직접 접촉할 수 없는 환경에서 빠른 시간 내에 인식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 미래반도체신소자원천기술개발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저널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최신 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출판될 예정이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