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3대 국책은행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전 정부 인사로 비춰진 이동걸 전 회장이 윤 대통령 취임 직전 지난달 9일 스스로 물러난 뒤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산은의 미흡한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 물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산은 조직개편뿐 아니라 해체까지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부산지역 16개 자치단체장과 42개 시의회 의석을 국민의힘이 싹쓸이하면서 본점 부산 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당선 소감에서도 “산업은행 이전을 비롯해 금융 중심지 부산이 되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새 회장으로 윤 대통령 공약인 부산 이전 정책을 추진할 인물을 찾고 있어 누가 새 회장으로 오든 노조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다가 무산되는 일을 겪은 뒤 조직이 크게 동요했다. 윤 행장이 떠나는 줄 알고 이임식까지 준비했다 '없던 일'이 되면서 윤 행장 체제를 이어갈 지 새로운 행장이 선임될 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일단 경영진은 조직 재정비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멈춰있는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등 5개 계열사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사업 추진을 위해 하반기 사업계획을 꼼꼼히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방문규 행장 임기가 오는 10월 말까지인데 무난하게 끝마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은은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으로 기재부 출신 관료가 다음 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 행장도 기재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해 잔뼈가 굵은 인물인데 후임자가 방 행장을 밀어내는 모습을 연출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 행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기재부에서 대변인, 예산실 실장, 제2차관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또 수은 내부는 방 행장이 정부 조직에 입각하길 은근 기대하는 눈치다. 방 행장의 무색무취한 성향이 정권교체기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직전 수은 행장 2명(최종구·은성수) 모두 금융위원장으로 직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정부 인사였던 이동걸 전 회장이 물러난 뒤 산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부산 이전을 추진할 새 회장이 오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관료 출신 행장들인 기은과 수은은 공무원 시절 보단 행장 때 역할과 실적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