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예고대로 5%대로 상승한 가운데 연말까지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물가가 6%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경우 오히려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6일 통계청과 기재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4% 상승하며 약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기록하다 3월(4.1%), 4월(4.8%)에는 4%대를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5% 중반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3개월 연속 0.7%를 기록할 만큼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석유류가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개인서비스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오름세가 잠잠했던 농축수산물 물가도 4.2% 상승했다. 축산물(12.1%)의 상승세가 컸는데 물류비와 사료비 인상, 환율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당분간 물가 상승률은 최소 5%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달 물가는 전월 대비 -0.4% 이상 나오지 않는 한 5%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분간 5%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상황점검회의를 통해 5월에 이어 7월까지도 5%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위기가 오기 전 물가는 2018년 11월(2.0%) 이후 0~1%대를 횡보해왔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자물가는 다시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경제 위기가 오면 환율이 상승하고 경제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번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유가 상승의 영향이 더 커졌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전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2분기 성장률 둔화 조짐이 보일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 혹은 슬로우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율도 물가 악재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환율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전년 같은 달 대비 환율이 1%포인트(P)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0.1%P 오르고, 생산자물가는 0.2%P 상승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꺼리는 모양새다. 대외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인 만큼 섣불리 정책적인 진압을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일 경제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쟁적인 가격 인상 및 임금 인상은 인플레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최대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을 흡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3일에는 벤처기업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물가 상승은 대외 요인이 크고 미국, 유럽 등도 겪고 있는 숙제”라고 발언했다.
민생안정대책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관부처가 간담회와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약 14년 만에 최고치 기록
6%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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