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성으로 이사회 구성을 제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여성 임원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BAT그룹 한국지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40%를 웃돌아 주목받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BAT그룹의 한국 지사인 BAT로스만스, BAT사천공장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45%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여성 임원 비율(31.9%)에 비해서도 10%p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과 비교하면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53개 기업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3분기에 비해 19%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한 자릿 수에 그쳤다.
BAT그룹 한국지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것은 직급 차등 없는 업무 할당, 자율성, 다양성을 내부 인사 정책에 주요 가치로 둔 영향이다. BAT에서 20년을 재직한 명혜진 이사는 “직급에 차등없이 중요한 업무를 할당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위임한다. 이는 업무 수행에서 범위와 판단의 자율성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또한 직원 개인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근속 기간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BAT의 다양성 존중 분위기는 여성 리더십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명 이사는 “BAT는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제공한다”며 “그 중 여성 인재를 지원하는 ESG프로그램은 애사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BAT는 대한사회복지회와 협약을 통해 경력단절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또 '2022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내부 임직원 대상 '브레이크 더 바이어스(Break the bias·편견을 깨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사내 분위기에 BAT는 지난 2020년 국내 담배업계 최초 여성 수장인 김은지 대표를 선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던힐 브랜드 성공 신화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대표 선임 이후 2년 여간 국내 조직을 재정비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인지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