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잘못인가” “당협쇼핑”… 與, 충돌 심화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 비판하며 시작된 논쟁은 공천 논란까지 더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총선과 대선을 두고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정진석 의원이 나한테 당협쇼핑을 했다고 한다. 이건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이며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정진석 의원은 “사천·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않았다”며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하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는 정 최고위원을 지적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최고위원은 수원에서 18·19대 의원을 지낸 뒤 지난해 11월 수원을 떠나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에 지원했다. 이후 떨어지자 다시 분당을 당협위원장 자리에 지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 의원이 글을 올린 날 전화했는데 받지 않더라.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면서 “시댁이 청양 쪽이다. 정 의원이 자기 지역구 출마할 때 나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는데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의 지방선거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언급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에 정 의원이 공천을 잘못했다. 부여군수와 청양군수를 다 민주당에 빼앗겼다”고 비판했다.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을 이끄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일본에서 주요인사들과 회동을 마친 뒤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을 이끄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일본에서 주요인사들과 회동을 마친 뒤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정 의원을 저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에서 “명분이 부족한 충고는 당지도부 흔들기”라며 “탄핵 이후 연패 늪에서 벗어나 연전연승을 한 우리가 왜 다시 당내 다툼에 빠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정 의원이 이 대표 비판 근거로 언급한 '혁신위 출범'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선거에서 이긴 지금이 오히려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명분으로 혁신위 출범을 언급했다.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전히 소수당인 우리가 2024년 예정된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쇄신하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당권을 잡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이 대표의 윤리위와 맞물린 공천권 갈등이라는 해석이다.

보수성향 정치 평론가인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9일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단 이 대표를 쫓아낸 뒤 전당대회를 열어 2024년 총선을 자기네 뜻대로 공천하고 2027년에는 자신들의 주도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이라며 “당대표 선거는 당원 50 국민 50으로 치러진다. 결국 당원들의 표심만으로도 민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윤핵관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이다. 자신들이 또 당권을 잡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재창출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당의 중진들이 이제 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