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에너지 수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고,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재조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규제로 민간을 옥죄기보다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를 요구했다.
에너지 및 산업정책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목표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되 세부 실행계획은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큰 목표는 유지하면서 산업부문의 감축량을 줄이고 전환 부문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업계의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되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면 전환 부문에서 더 많은 감축량을 확보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12일 “지난 정부에서는 (2030 NDC를 구성하며) 하향식이어서 산업계 얘기를 많이 듣지 못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산업계에서 정한 목표 14% 수준이 가능한 것인지를 산업계와 소통하고, 달성이 어렵다면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하향하고 전환 부문의 감축 목표를 상향,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갑 한양대 특훈교수(전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산업 부문의 (2018년 대비) 감축 목표는 14.5%이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탄소세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워낙 숙제를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탄소세에 더해 행위 규제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도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도출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원전 확대 정책과 함께 다른 발전원의 세부 에너지 믹스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에너지 쪽 발전원 구성을 바꾼다고 했다. 그것을 빨리 확정해야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 건물, 수송 부문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 “현 정부에서는 원전을 주로 얘기하는데 재생에너지, 가스 등 다른 발전원 중간 과정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시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WGC) 개막식에서 “한국은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를 합리적으로 믹스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시장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로 자발적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4월에 열린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에 참여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임진 대한상의 SGI 원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기술혁신을 위한 규제개혁과 함께 인센티브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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