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물가 발작'으로 국내에서도 채권과 주식,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코스피는 하락으로 출발한 직후 장중 연저점을 기록했다. 환율과 채권금리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1.1원 오른 1280원에 출발했으며, 장중 한때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1288.9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구두개입은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라는 점을 명시했다.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미국 국채뿐만 아니라 한국 국채도 10년물 금리가 80베이시스포인트(BP) 올랐으며, 5년물은 35BP 올라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65 상승하며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월 대비로도 1.0% 상승했다. 근원물가도 전년 대비 6.0% 올랐다. 미국의 5월 물가가 시장 예측치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자 투자은행 등을 중심으로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준은 오는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 및 폭을 결정한다. 이미 2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식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며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한은이 Fed의 인상률을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이보다 앞서 발표한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50BP 올리는 것보다 베이비 스텝(25BP)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물가 정점보다는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어느 정도까지 침체 가능성을 감내할 것이냐로 옮겨 가고 있다.
강승권 NH증권 연구원은 “5월 물가 발표 직후 연준의 진축 우려가 부각되면서 2년/10년물 스프레드가 한자릿수로 축소됐다”며 “이는 시장이 연준의 침체를 각오한 긴축 전략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결국 물가는 통제되고 경기는 둔화되는 국면으로의 전환을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표에서는 실제로 경기 침체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 4월 국내 생산·소비·투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 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전망을 보여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모두 하락했다. 관건은 3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사이클 효과가 3분기 중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를 통해 가시화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5월 소비자물가 상승이 부각됐지만 근원물가는 3월을 정점으로 2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원달러 환율코스피한국 국채 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