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화물연대에 물류 정상화를 촉구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당장 내일 저녁부터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 가운데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시멘트업계는 이미 주요 생산시설인 킬른 두 기가 가동이 중단됐다고 공개했다. 특히 수출하는 업종에서는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해외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화물연대 측이 파업을 통해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연장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수출입 화물운송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이 참석해 각 산업별 피해상황을 소개하고 물류 정상화를 촉구했다.
산업계는 지난 13일 산업부가 발표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작은 규모라며 중소·중견기업 피해 규모를 합치면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석유화학업계에서 큰 업체를 기준으로 내일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 저녁이면 NCC 업체 한 두곳은 가동을 멈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유화학업계 제품 출하량은 평소 10% 수준으로 밝혀졌다. 김 본부장은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며 “소재 업종 특성상 해외 고객사들은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대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13일까지 누적 손실액이 912억원에 이른다”며 “오늘(14일) 중으로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제 시멘트 출하량은 성수기 대비 13%에 불과하며 하루 14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시멘트 주요 생산시설인 킬른이 이미 2기 중단돼 시멘트 업계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NCC와 킬른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이 있다.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커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철강업계는 국내 5개 주요 철강기업이 7일부터 13일까지 출하하지 못한 물량이 누적 70만1000톤이며 피해액은 1조1500억원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소재로 사용되는 철강 특성을 고려하면 재가공해서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까지 미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 업계는 중소 부품업계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어제 기준 5700여대 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부터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생존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생산 차질이 확대되면 부품업계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다만 화주협의회 측은 안전운임제 일몰에 관해서는 일몰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안전운임위원회 구조가 화주 3명, 차주 3명, 운송사 3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안전운임제를 일몰하고 새로운 논의기구를 통해 새로운 논의 기구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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