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대학 정보화 예산, 전체의 1%...미래 교육 환경 투자 필요

디지털 인프라 투자 수년째 제자리
보안 전담인력 없는 곳도 80% 넘어
정원 미달·등록금 동결 등 겹악재
재정 지원·국고 투입 필요성 커져

[스페셜리포트]대학 정보화 예산, 전체의 1%...미래 교육 환경 투자 필요

대학 정보화 예산이 전체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미래교육 환경 조성이 화두가 등장했지만, 대학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미래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공동 대응 및 투자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대학 정보화 예산·인력 모두 부족

한국교육전산망운영본부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학 총 예산 평균 1011억원 중 정보화 예산은 평균 10억2500만원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 예산 대비 1.01%에 불과한 수치다.

대학 전체 예산 중 정보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18년(0.88%) 2019년(0.94%)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교육 관련 투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대학 정보화 예산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올해 국가정보화 투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15.1%(1조5140억원) 늘어난 약 11조5395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비교된다.

재학생 수 등 대학 규모가 작을수록 총 예산 대비 정보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정보화 부문 투자가 더욱 부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전산망본부는 전국 351개 대학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262개 대학이 설문에 응답했다.

대학은 정보화 추진 시 어려운 점으로 예산 부족(44.66%) 인력 부족(38.55%), 정책 결정권자의 마인드 부족(8.40%), 정부 지원 부족(3.24%), 전담부서 부재(2.29%), 타 부서와 협조 부족(1.72%),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0.95%)순으로 대답했다.

학사, 행정 등 대학 업무 대부분이 전산화되면서 정보화 업무량은 늘어났으나 이를 수행하는 전담조직 인원도 감소하고 있다. 대학 전체 인력 중 정보화 전담부서 인력 비율은 2018년 전체 평균 6.02%에서 2021년 4.6%로 줄었다. 전담인력 중 외부 인력에 대한 의존율이 매년 늘었다. 특히 4년제보다 2·3년제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정보보호 전담인력에 대해 조사 대학 대부분(211곳, 80.53%)이 없다고 응답했고, 1명이라고 대답한 경우가 40곳(15.27%), 2명 이상이라고 한 곳이 11곳(4.20%)이었다. 전담 인력이 없는 곳에선 네트워크 담당자와 서버 담당자가 병행해 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전산망협의회는 “대부분 대학은 정부 정책 방향을 근간으로 대학 정보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은 정부 예산 배부 사업과 대학 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며 “대학 규모와 역량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격교육과 스마트 캠퍼스 요구는 커져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화 예산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거나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신입생 미충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0년 넘게 동결된 등록금까지 겹치면서 소규모 대학일수록 재정 문제로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대학 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강화, 스마트 교육 환경 구축 등 ICT 환경 구축에 대한 수요와 애로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차세대 정보 시스템 개발, 보안 및 서버 시스템 구축, 정보통신 환경은 물론이고 교육, 연구, 취업, 산학 분야에서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과 학사·행정 업무의 정보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상황이다.

대학이 개별적으로 온라인 교육 시스템과 인공지능(AI) 챗봇 등을 도입하고, 스마트 서비스를 도입하지만 대부분 외부 기업과 협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마저도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대학은 도입을 검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전체 대학 차원에서도 교육부의 혁신공유대학 사업 추진을 위한 대학간 협력·공유체계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도 디지털 시스템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대면·비대면 교육시스템 구축과 학교 간 학점관리에 대한 협의도 요구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 학사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것이 졸업사정제도인데 현재까지 엑셀파일로 학과와 학교간 정보 공유가 이뤄질 정도로 정보화가 더딘 분야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교육부 혁신공유대학사업 출범식 기념사진
교육부 혁신공유대학사업 출범식 기념사진

전문가들은 대학 내부 데이터 및 시스템 효율적 관리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도입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직 전체 대학의 절반이 넘는 62.21%가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정보시스템 운영을 외부에 의존해 개발과 운영이 이원화돼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 자체 예산만으로는 부족하며, 고등교육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재정지원사업이나 국고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선 관련 비영리재단이나 협회 대상 국고지원을 통해 대학 클라우드 도입, 에듀테크 투자로 미래 교육 환경에 대한 투자와 개선을 시작했다.

교육데이터 전문컨설팅기업 러닝스파크 정훈 대표는 “에듀테크 기반이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민간 주도 교육 정보화와 데이터 표준 등 작업을 일찍부터 시작했다”며 “영국의 정보시스템합동위원회(JISC:Joint Information Systems Committee)등은 대학 공동구매, 에듀테크 표준 및 테스트베드 운영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