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창업한 우버(Uber)는 그야말로 스타트업 역사를 다시 쓴 기업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옮기겠다'며 제2의 아마존을 표방한 우버는 '슈퍼펌프드(Super 'Pumped)라는 초인적 열정을 강조하며 창업 10년 만에 세계 최대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기업가치 130조원의 헥토콘 기업, 세계 80개국 진출, 고객 1억명을 기록하며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는 혁명적 이념을 제시했다. 전 세계 운송산업의 판도를 바꾼 우버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기업공개(IPO)를 눈앞에 두고 그 위용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우버가 감추고 있던 기만적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며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은 우버에 최악의 해였다. 2017년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된 '#deleteUber' 운동으로 수십만명의 고객을 잃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해 2월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성차별적 기업문화를 폭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글 무인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우버 엔지니어가 지식재산권(IP) 소송에 휘말렸다. 3월에는 불법 프로그램인 '그레이볼'의 존재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캘러닉의 사생활에 관한 추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모든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우버는 기업 이미지 추락과 함께 휘청거렸다. 이로 인해 캘러닉은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들 내용은 뉴욕타임스 정보기술(IT) 전문기자 마이크 아이작의 신간 '슈퍼펌프드'에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그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고 충격적인 우버의 풀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또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우버의 자극적 스캔들을 넘어 실리콘밸리 기업문화와 스타트업이 처한 극한 경쟁을 고발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캘러닉을 회사에서 내보낸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부터 전폭적으로 캘러닉을 지지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빌 걸리였다. 걸리는 캘러닉이 지금의 우버를 만든 '일등공신'인 것은 맞지만 우버의 미래를 위해 영원히 떠나야 한다며 캘러닉을 사기, 계약위반, 신탁의무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고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다.
“유니콘은 쇼이고 드래건(dragon)이 돈이다.” 벤처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는 골프계의 유명한 격언 '드라이브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말을 차용한 것이다. 골프 경기에서 호쾌한 드라이브 샷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제아무리 멋진 샷을 날린 골퍼도 막상 퍼팅에 실패하면 경기를 잃는다. 드라이브 샷은 보기 좋은 쇼에 불과하고, 경기에 이겨서 상금을 거머쥐려면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퍼트에 성공해야 한다.
유니콘은 골프의 드라이브 샷과 같다. 기업가치 수조원의 유니콘이 새로 등장하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유니콘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투자자도 나타난다. 유니콘은 성공의 트로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승부를 결정하는 건 유니콘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마지막 퍼트, 바로 엑시트다.
벤처캐피털이 실패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막대한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함이다. 회사를 잘 성장시켜서 성공적인 회수를 하겠다는 열망은 창업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절실하다. 그러나 투자자와 창업자는 여러 이유로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창업자는 돈, 시간, 노력, 열망 등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올인하는 반면에 투자자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창업자보다 쉽게 발을 뺄 수도 적당한 수준에서 엑시트를 원할 수도 있다. 만약 투자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다른 포트폴리오에서 만회한다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들은 평균 400여개 스타트업을 냉철하게 심사한 후 1개 회사에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신중함이 무색하게도 투자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대략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그 가운데 5개사는 파산하고, 4개사는 좀비기업이 된다. 그리고 단 1개 회사가 매우 성공적으로 엑시트한다. 이런 반복적 패턴을 '5대 4대 1 법칙'이라고 한다.
벤처투자자들은 왜 10개 가운데 1개 투자만 성공인 게임을 하는 걸까. 확률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벤처 투자의 속성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확률상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의 투자가 나머지 투자의 실패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수익을 내는, 이른바 '대박'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은 드래건을 위한 결정적인 퍼트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우버의 투자를 주도하고도 창업자를 회사에서 내쫓은 걸리는 1200만달러를 투자해서 약 70억달러(약 580배)를 회수하는 천문학적 성과를 거뒀다. 걸리의 최고 트랙 레코드다. 우버는 2019년 약 100조원의 기업가치로 나스닥에 상장됐다.
투자자와 창업자는 함께 회사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이 오면 올인의 스타트업과 포트폴리오의 벤처캐피털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