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살에 체감 기온이 30도를 웃돌던 지난달 이탈리아 북중부 도시 볼로냐를 찾았다. 이곳에 자리한 람보르기니 본사와 공장을 직접 둘러보고 슈퍼카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아벤타도르와 우라칸, 우루스까지 모든 람보르기니 차량은 볼로냐 공장에서 생산된다. 공장 부지는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선택한 곳으로, 1964년 브랜드 최초 양산차 '350 GT'를 생산해 출고했다. 한쪽에는 브랜드 초기부터 수집한 차량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마련돼 브랜드와 창업자의 열정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본사 PR 담당자는 머나먼 나라 한국에서 찾아온 기자에게 친절히 공장을 소개하고 자신들이 만든 대표 모델 '우라칸'의 키를 흔쾌히 건냈다. 이날 체험한 차량은 모두 3대다. V10 자연흡기 엔진 쿠페형 슈퍼카인 '우라칸 에보'와 지붕을 열 수 있는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레이싱까지 가능한 '우라칸 STO'를 차례로 시승했다.
먼저 선택한 차량은 우라칸 에보다. 람보르기니만의 독특한 공기 역학적 디자인과 오랜 노하우로 축적한 드라이빙 다이내믹스를 자랑하는 슈퍼카다. 화려한 외모만큼 성능은 폭발적이다. 시동을 걸면 차체 뒤쪽에 자리한 5.2ℓ 자연흡기 V10 엔진은 우렁찬 엔진음으로 운전자를 반긴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640마력, 최대토크는 61.2㎏·m를 뿜어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언제든 원하는 만큼 치고 나간다. 공차 중량은 1422㎏에 불과해 출력 대 중량비가 2.22㎏/마력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2.9초, 200㎞/h까지 9.0초만에 주파한다. 100㎞/h에서 정지 상태까지 제동거리는 31.9m에 불과하며 최고속도는 325㎞/h를 넘는다.
슈퍼카라서 불안감이 클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다. 넘치는 힘은 차량의 첨단 장비가 알아서 잘 제어해준다. 그만큼 운전에 자신감이 붙는다. 엔진은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와 조화를 이루는데 직결감이 뛰어나다. 우라칸 에보는 후륜 조향 장치와 네 개의 휠에서 작동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 등을 통합하고 감독하는 LDVI 시스템을 탑재했다. 서스펜션은 예상보다 편안하게 노면 요철을 걸러낸다.
다음으로 오픈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에 올랐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엔진음과 배기음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해져 슈퍼카를 모는 흥분감이 배가된다. 지붕을 열고 정지 상태에서 100㎞/h를 3초 만에 주파하는 느낌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하다. 시승차 중 꼭 1대의 차량을 고르라면 단연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다. 실제 우라칸 출고 고객 10명 중 3명은 스파이더를 선택한다.
마지막 시승차는 우라칸 STO다. STO는 람보르기니의 모터스포츠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담은 모델이다. 레이싱 대회 출전 기준에 충족하는 일반 도로용 슈퍼카를 지향한다.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공기 역학을 위한 커다란 공기 흡입구나 리어 스포일러 등을 장착한 것이 기존 우라칸과 차이점이다.
우라칸 3대를 번갈아 시승하며 3시간여 볼로냐 본사 주변의 한적한 산길과 고갯길 등을 달렸다. 도로에서 마주친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라칸 시승차에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여유롭게 도로를 즐기며 시승해보니 많은 이들이 람보르기니에 열광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정교한 기술력이다.
어딜 가든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주행 감성은 슈퍼카를 탈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날 시승한 우라칸은 2014년 첫 출시 이후 진화를 거듭하며 누적 생산 2만대를 돌파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람보르기니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최근 지속 가능한 미래 전략 '코르 타우리'를 발표하며 전동화 모델 개발과 공장의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023년을 시작으로 전 라인업에 전기 모터를 추가하는 등 전동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자동차 마니아 입장에선 V10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를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우라칸 국내 기준 판매 가격은 에보 3억원 중반대, 에보 스파이더 3억원 후반대, STO 4억원 중반대다.
볼로냐(이탈리아)=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