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홈쇼핑 송출료 11.2% 늘어...자릿값에 허리 휜다

[스페셜리포트]홈쇼핑 송출료 11.2% 늘어...자릿값에 허리 휜다

홈쇼핑사가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가 11.2% 증가했다. 매년 10% 이상씩 치솟는 송출료 부담에 홈쇼핑 사업자 실적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중소상품 주요 판로이자 방송 재원을 충당하는 홈쇼핑의 위기는 유료방송시장과 유통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홈쇼핑 업계는 공정한 경쟁 토대 마련과 적정 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TV홈쇼핑 방송 스튜디오 전경
TV홈쇼핑 방송 스튜디오 전경

16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TV홈쇼핑·T커머스 12개사의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2조250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2274억원 늘었다. 홈쇼핑 방송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어 60%에 육박했다. 홈쇼핑사는 지난해 방송매출의 58.9%를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전년보다 5.8%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막대한 수수료 부담은 계속해서 홈쇼핑 산업 성장을 짓누르고 있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10년간 송출수수료 연평균 증가율은 11.2%다. 같은 기간 방송사업 매출은 연평균 2.7% 성장에 그쳤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은 악화했다. 지난해 홈쇼핑 방송사업 매출은 3조8204억원으로 전년대비 0.2% 늘며 제자리걸음했다. T커머스는 11.9% 늘었지만 TV홈쇼핑의 경우 매출마저 2.5% 감소했다. 외형 성장이 정체되자 방송판매 영업이익도 13.4% 줄었다.

각사 실적에도 송출수수료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송출수수료가 12.0% 늘며 TV홈쇼핑 사업자 중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 홈앤쇼핑은 영업이익이 51.7% 줄었다. 홈쇼핑사 중 가장 많은 3599억원의 송출료를 납부한 CJ온스타일 역시 영업이익 33% 줄며 수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도 송출료 부담이 각각 8.1%, 6.5% 늘었다.

T커머스는 TV홈쇼핑보다 송출료 인상폭이 더 가파르다. KT알파는 지난해 채널 변경 영향으로 송출료가 무려 47.6% 뛰며 커머스부문 영업손실 1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쇼핑엔티와 W쇼핑 등 군소업체들도 송출료가 30% 이상 늘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T커머스 방송 화면
T커머스 방송 화면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 인상 여력도 한계에 달했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 합산 영업이익은 6109억원으로 전년보다 18% 급감했다. 올해도 10% 안팎의 인상률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황은 더 어둡다. 거리두기 해제로 오프라인 소비가 늘면서 비대면 홈쇼핑은 취급고가 줄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인터넷(IP)TV 방송사업 매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7%P 늘어난 28.6%다. SO의 경우 40%가 넘는다. IPTV 지난해 송출수수료 매출은 1조3243억원으로 전년대비 19.5% 증가했다.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수신료, 광고 매출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이는 유료방송사가 송출수수료를 낮추기 어려운 이유다. 홈쇼핑 송출료가 IPTV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IPTV 방송사업매출에서 홈쇼핑 송출료 비중은 2014년 11.8%에서 지난해 28.6%로 급등한데 반해, 같은 기간 수신료 매출 비중은 80.8%에서 58.6%로 감소했다.

송출수수료 인상률이 너무 가파르다는 게 홈쇼핑 업계 주장이다. 과도한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명확한 산정기준 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공적 개입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학계에서도 송출수수료 갈등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와 홈쇼핑 취급고 증감률,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인상 상한선을 산출하거나, 송출수수료 적정 총액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수수료를 분배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주 연구용역을 토대로 제시한 수수료 산정 방안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지급해야 할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은 홈쇼핑 순증이익의 50%를 기준으로 한다. 송출수수료 총액이 결정되면 홈쇼핑사들은 자체 협의와 경매를 통해 방송 채널을 배정하고 분담금을 결정한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고정된 송출수수료 총액에서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에 따라 각자 몫을 배분받는다. 이를 통해 공정한 송출수수료 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생태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송출수수료가 정상 범주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정책 활동이 필요하다”면서 “이 경우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지표를 활용해 마련된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