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글로벌 비즈니스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환경, 디지털전환(DX), 공동창조' 세 가지 가치로 한국 기업과 협업해 매출 2000억원 돌파를 앞당기겠습니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는 엡손의 환경 가치를 부각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엡손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엡손은 지난 5월 '내일을 위한 엡손의 ESG 페이지'를 개설하고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2023년 RE100 달성이 목표다. 해외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 개별 국가 법인에 가치사슬, 환경 데이터, 재생에너지 등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후지이 대표는 “올해 창립 80주년인 엡손은 오래전부터 환경에 노력을 기울이며 기업 목표로 삼고 있다”며 “상품 판매기업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히트프리 기술, 폐지 재활용 페이퍼랩 등에 반영한 ESG 가치를 직원과 고객, 사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이 대표는 한국을 비즈니스 확장성이 매우 높은 국가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이 많아 한국에서 출발해도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 한국기업과 손을 잡고 싶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상생을 강조하는 '공동 창조'다.
하반기 서울패션위크에서 진행될 이상봉 패션디자이너와 협업도 이 일환이다. 이 디자이너 의류에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를 지원하고 무대 연출을 위해 고광량 프로젝터를 활용한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런 협업활동을 꾸준히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후지이 대표가 처음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엡손 대표 부임 전 5년 간 중국엡손에 몸 담았다.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의 눈부신 발전을 목격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이미 산업과 시장이 성숙한 나라여서 성장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경험해보니 예상과 달랐다.
후지이 대표는 “한국은 디지털미디어 아트, 스크린 골프 등 여러 부분이 선진화된 시장”이라며 “글로벌 기업을 많이 보유한 국가다 보니 기회가 다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한국엡손은 상업용 프로젝터 부문이 실적을 견인해 2021년 회계연도 매출액 1600억원대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중기 목표 매출액 2064억원도 애초 계획한 2025년보다 더 앞당겨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4월부터 시작된 2022년도 회계연도에는 3D 프린터, 산업용 로봇 시장을 공략해 매출 상승세를 이어간다. 3D 프린터 시장은 다품종 소량생산과 원재료 비용 절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엡손은 자체 원료를 절감하는 잉크젯 기술과 공장 생산 환경 효율화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공장 생산화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후지이 대표는 “한국 정부 스마트팩토리 방침과 향후 활동에 기대가 크다”며 “많은 기업과 함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박람회에 나서고 맞춤형 정보제공 메일링 서비스를 기획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