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구제제도 적용 엄밀성과 신뢰성, 정확성을 높여야 합니다. 조사 변별력을 높여서 제도가 상대국과 기업에 신호체계로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태황 무역구제학회장(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 상소 기능이 무력화된 것이 무역구제제도가 마주한 어려운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무역구제제도가 변별력을 갖추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조사인력을 확보하고 무역구제제도를 담당하는 무역위원회에서 매뉴얼을 만들어 전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무역구제제도는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입은 국내 산업 피해를 구제하는 측면과 상대 수출업체에 보복조치해 공정한 무역질서를 확립하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출에 차질이 있을까봐 (제도 적용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구제제도가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활용해 국내 산업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수입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산업 피해에 대한 조사나 이에 대한 대응이 수입 규제로 비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상계 관세를 적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상계 관세는 정부 보조금에 대해 책임을 물리는 특징이 있어 우리나라가 상대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꺼리다 보니 가급적 부과하지 않으려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하기 위한 제도 적용 엄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른 나라에 수입규제가 아니라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피해에 대한 조사와 분석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충원, 제도적 보완 등 국내 조사제도부터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우리 무역구제제도 체계와 운용이 다른 나라와 호환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수출할 때 적용받는 상대국 무역 규제 조치와 수입 업체가 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적용되는 기준이나 방식이 호환되도록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가 상대국이나 기업에 중장기적으로 정책 신호체계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변별력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이든 아니든 의도적인 불공정행위를 언제라도 적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기업이 조사에 협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도입한 '불리한 가용정보(AFA)' 제도를 우리도 적극 적용해 수출업체가 정보를 제출하는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AFA는 정부에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리하게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덤핑조사를 할 때 조사대상 업체를 먼저 선정해 이들에게만 정보를 받는다”며 “다른 나라는 정보를 요구하고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심층조사 대상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AFA를 적용할 수 있지만 상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학회가 산업계와 정부 중간에서 실제 제도 및 실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학회에는 무역위원회 직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연구에 참여해 과제나 세미나를 통해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학회에 현업에 있는 회계사나 변호사가 연구와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며 “무역구제제도 관련해 도움이 되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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