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대한민국 우주 강국 도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따라 우리나라는 1톤급 이상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자력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국내 우주기업 기술력이 총 집약됐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 주도로 우주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뉴스페이스' 시대 신호탄의 의미를 더한다.
누리호 개발은 국내 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해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총예산 1조9572억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다.
발사체 기술은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을 통해 우주 발사체 기술 이전이 막혀있어 독자적 우주 발사체 개발 필요성이 계속 요구됐다.
주요 우주 선진국은 이미 자력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톤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실용급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점은 우주개발 최대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미국이나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발사함에 따른 많은 제약이 발생했지만, 자력 발사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위성 개발 가속화가 전망된다.
◇발사체 주요 설비 및 소재 기술 확보
누리호 주 엔진인 75톤급 액체 엔진은 개발 이후 누리호 발사 전까지 총 184회에 달하는 지상 및 고공모사환경 연소시험을 거쳤다. 누적 연소시간만 1만8290초에 달한다. 국내 순수기술이 집약된 이 엔진은 발사 성공으로 신뢰도를 확보한 대표적 성과다.
누리호 4개 엔진의 정렬 및 균일한 추진력을 위한 클러스터링 등 제반 기술도 확보했다.
클러스터링 기술 확보는 △엔진 화염 가열 분석 및 단열 기술 △엔진 간 추력 불균일 대응 기술 △엔진 4기 조립, 정렬 및 짐벌링(방향제어) 기술을 모두 자력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엔진과 연소기 등 발사체 주요 구성품 성능시험을 위한 시험설비도 발사 성공을 통해 검증을 마쳤다. 총 10종에 달하는 자체 구축 시험설비는 미국이나 러시아 등 우주개발 강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누리호 개발 초기 러시아 시험설비를 빌리기도 했던 제한적 환경을 벗어나 안정적 시험 환경이 갖춰졌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제반 환경 구축에 발사까지 성공하면서 앞으로 성능개량 및 클러스터링을 통한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미 이를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간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은 총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저궤도 대형위성 발사, 달착륙선 자력 발사 등 우주탐사 능력 확대를 목표로 한다.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 75톤 엔진 4기 및 7톤 엔진 2기를 넘어 100톤 엔진 5기 및 10톤 엔진 2기를 탑재한 액체산소-케로신 연료 기반 2단형 발사체로 개발 예정이다. 여기에 우주개발 경제성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인 재사용발사체 기반 기술 탑재 다단 연소 사이클 엔진까지 함께 개발한다.
◇실제 탑재 위성으로 우주기술 검증 기회
누리호 2차 발사와 함께 분리에 성공한 성능검증위성은 독자 개발 발사체로 쏘아 올린 첫 위성이다. 발사체가 싣고 간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운송 능력은 이번 발사 성공을 통해 이미 확인했다.
핵심은 성능검증위성이 궤도에 오른 이후다. 성능검증위성에는 발열전지(ETG), 자세 제어용 구동기(CMG), S-band 안테나(SHA) 등이 실렸다. 이를 통해 앞으로 2년간 우주 환경에서 탑재 기기 성능을 시험한다. 성능이 확인된 탑재 기기는 앞으로 예정된 달탐사개발사업에 사용된다.
누리호 발사 만 7일째 되는 날인 오는 29일 분리를 시작하는 큐브위성 4대도 주요 성과를 안겨줄 '선발대'다.
큐브위성 4대는 2년 동안 지구 대기 관측 자료 수집과 미세먼지 모니터링, 초분광 카메라를 이용한 지구관측, 전자광학·중적외선·장적외선 다중밴드 활용 지구관측 등 각기 임무를 수행한다. 이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에 포함된 1.5톤급 차세대 소형위성 발사 계획 성공 가능성을 점칠 중요한 기회다.
고흥=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