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대 물가상승 지속”…연간 3.1→4.5→4.7% 수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국은행이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간 물가 전망치도 4.7%로 크게 높여 잡았다.

한은은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가공식품·외식 물가 오름폭 확대로 5월(5.4%)보다 높아지고,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고물가 예상은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글로벌 공급 차질 심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세 등이 반영된 결과다.

한은은 물가가 내릴 요인으로 국내외 경기회복세 둔화, 원자재 수급여건 개선,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을 꼽았다. 현재 하방 요인보다 상방 요인이 우세한 형국이어서 적어도 내년까지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도 상당 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연 물가설명회에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해 보인다”며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 발 공급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또 연간 물가가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등에 따른 것임을 고려할 때 지난달 전망한 연간 4.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올렸는데 1개월도 안돼 물가 전망을 다시 바꿨다.

이러한 물가 흐름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4.7%)이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연간 물가(4.0%)를 웃도는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은은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이 국내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식료품 가격과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은 경제주체의 체감도가 높아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