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업가 A씨는 이달 제네시스 'G80'를 구매하려다 포기하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최종 계약했다. 대리점에 문의한 결과 G80는 7개월 이상 걸리는 데 반해 E클래스는 3개월이면 출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국산차 출고난이 심화되면서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출고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 인기 모델은 서너 달이면 차량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전자신문이 자동차 업체별 출고 대기 기간을 조사한 결과 이달 신규 계약 시 제네시스 주요 모델의 출고 대기 기간은 G80 7개월, G90 9개월, GV70 10개월, GV80 12개월로 나타났다.
인기 수입차 출고 대기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3~4개월, 아우디 A6와 렉서스 ES는 3개월이면 출고가 가능하다. 폭스바겐 아테온은 1개월 내 출고할 수 있다.
전기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벤츠 전기차 EQA는 출고까지 6개월가량 소요되지만 아이오닉 5를 사려면 1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기아 EV6는 대기 기간이 18개월에 달한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차 대기 기간이 국산차보다 짧은 것은 출고 방식 차이 때문이다. 주문 현황에 따라 실시간 상황을 반영해 생산하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본사에 미리 생산을 주문하고 한 번에 대량으로 차량을 들여와 재고를 갖춘 후 판매한다.
국산차보다 생산 유연성이 높다는 점도 수입차의 강점이다. 국내 울산공장에서 전량 생산하는 제네시스와 달리 벤츠와 BMW 등은 차종에 따라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여러 공장에서 생산해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입차 대규모 할인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두 자릿수 할인으로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대다수 인기 차종은 할인이 아예 없애거나 차량 가격의 5% 미만으로 줄었다. 업체들이 수년간 추진했던 정찰제가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이다.
국산차보다 반도체 수급난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하반기 이후 수입차 판매 성장세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10%가량 줄어든 11만대 수준이나, 안정적 물량 공급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판매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