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기가와트급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사업비만 7000억~8000억원 규모다. 2017년과 2018년 잇따른 화재 사고로 중단된 ESS 시장이 5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ESS 업계는 크게 반기면서도 최근 급등한 각종 원자재 가격 때문에 벌써부터 수익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전이 오는 8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국가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920㎿h 규모의 ESS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여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만 3000억~3500억원 규모로, 전력변환장치(PCS)와 공사 등을 포함한 총 사업비는 7000억~8000억원에 이른다. 시설 부지만 2만6500㎡(약 8000평)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내 ESS 대형 발주가 나온 건 5년 만이다.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기복이 심해 계통효율을 저해한다. 이때 ESS와 함께 사용하면 송전 등 계통 안정화를 유지할 수 있다.
ESS 시설은 신남원(336㎿h), 부북(336㎿h), 영천(112㎿h), 예산(82㎿h), 함양(56㎿h) 등 모두 5개 변전소에 구축된다.
한전은 8월 입찰공고를 낸 후 10월까지 업체 선정 등 공급 계약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들 대형 ESS는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된다.
효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LG전자, 우진산전 등이 입찰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터리는 한전의 국제 입찰 기준에 따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제품 참여가 유력하다.
한전의 입찰 방식은 기술평가점수가 포함된 종합낙찰제지만 최저가 입찰 비중이 가장 큰 변별력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대규모 발주를 반기면서도 수익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 사업 재기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번 사업 예산은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 전인 작년 기준으로 세워졌다”며 “각종 원자재 값이 대폭 오른 만큼, 실제 가격입찰에서 참여기업들이 원가 이하로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완제품 배터리나 완성차 업체들이 실시하는 '가격연동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