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전체 점포에서 본부임차형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새로 개점한 편의점 대부분이 점주임차가 아닌 본부임차 점포다. 본부가 직접 임차권을 소유해 가맹점의 경쟁사 이탈을 막고 안정적으로 점포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사에서 본부임차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와 CU 모두 전체 점포의 45% 이상이 본부임차 점포다. 기존 점주임차 점포를 전환하거나 신규 출점의 70% 이상을 본부임차로 하면서 비중이 빠르게 커졌다. 개발담당 핵심성과지표(KPI) 가점을 부여하는 등 전사 차원에서 본부임차 점포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본부임차 편의점은 회사가 직접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점주에게 전대하는 방식이다. 임차료를 본사가 부담하는 대신 가맹수수료율은 점주임차형보다 높다. 대신 가맹 계약기간 만료 후 연장 여부와 브랜드 전환 권리는 본부가 갖는다.
이처럼 편의점사가 기존 주력 가맹모델이던 점주임차형 대신 본부임차형 점포 확장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시장경쟁 심화로 재계약 점포를 뺏고 뺏기는 쟁탈전 비용 출혈이 커졌기 때문이다. 점주임차 점포는 계약 만료 후 위약금 없이 경쟁 브랜드로 간판을 갈아탈 수 있다.
편의점 본사는 이탈을 막기 위해 계약금 개념의 장려금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일시금을 지급하거나 이익배분율을 상향 조정한다. 인테리어 지원과 점주 몫의 정산금을 늘려 주는 사례도 많다.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점주임차 점포의 몸값이 크게 치솟았다. 이에 재계약 점포 수성을 위한 비용 지출을 사전에 방지하고 사업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임차인 권리 강화와 일매출 개선도 영향을 줬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임대차보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임대 보증금과 임차료를 본부가 부담하는 본부임차형 가맹점 확대 요인이 커졌다. 가맹점의 매출 안정성과 가시성도 높아졌다. 점포당 매출은 꾸준히 성장세다. 4월 편의점 평균 일매출은 170만원으로 작년 동월 163만원보다 늘었다. 본부임차는 본사가 매월 임차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매출이 부진하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 본부임차를 늘려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또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점주임차 대신 안전한 본부임차를 원하는 예비창업자들도 늘었다. 이마트24는 지난 3월 본부임차 방식 가맹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지금까지는 월회비 방식의 점주임차 모델만 운영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경영주로부터 임차료를 본부가 부담하는 모델에 대한 요청이 지속됨에 따라 본부임차 모델을 추가해 선택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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