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등 신산업 특성과 디지털 전환 사회 변화를 반영해 주52시간제를 주 단위 대신 '월 단위'로 '총량 관리'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노동시장 제도·관행·의식을 혁신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 최대 52시간제는 2018년 여야 합의로 도입됐으며, 내달이면 전면 시행 1년이 된다.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으나 제도 방식에 변화가 없다 보니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신규 고용형태 확산과 재택·원격근무 활성화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건강권, 업종과 직무 특성, 노사 자율성 등을 고려해 '주52시간제'를 월단위로 총량 관리할 방침이다. 월 단위로 총량 관리하면 그 안에서 근로시간을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휴일·휴가를 활성화하고 재택·원격근무 등 근무방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IT·SW 등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별·업종별 경영 여건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다”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작년 4월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지만 절차와 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노동 당국 수장인 이 장관은 사회구조 변화와 해외 주요국 사례를 들며 '근로시간 제도 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실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을 위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전문성·창의성이 중시되는 스타트업·전문직의 경우도 실제 근로시간 운영에서 근로자·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깊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계는 노동부위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대체근로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사업장 점거 등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