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 등 대외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 물가상승률도 연일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주택가격이 폭락해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를 위해 2017년 6월부터 일련의 부동산 정책들을 시행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주택가격은 오히려 전국적으로 급등했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KB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실질 주택가격은 전국 17%, 수도권 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1인당 GDP는 7% 상승해 주택가격이 평균 국민 소득 증가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주택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대출을 최대한으로 끌어모아 주택을 구매하는 소위 '영끌'족의 증가를 야기했다. 그 결과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동기간 11%씩 상승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GDP의 85%와 4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의 대출이 부실화되거나 이들의 주택 매물이 쌓이며 주택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주택가격 폭락으로 금융기관들이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경제 위기마저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의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리 인상은 가계대출을 감소시키지만 주택가격 하락 효과는 크지 않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경제학계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거시경제 모형을 이용해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빅 스텝(Big step)'을 단행할 때 (명목 이자율 연 0.5%포인트 인상), 가계대출은 1.4% 하락하지만 실질 주택가격은 불과 0.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이자율이 상승하면 대출을 사용하는 가계는 늘어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소비를 줄이고, 살고 있는 집의 크기를 줄이거나 세입자가 되고, 대출을 상환한다. 그러나 금융자산이 많은 가계들은 이자소득이 증가해 더 큰 집을 사거나, 추가로 임대용 주택을 구매한다. 이렇게 부유한 가계들의 주택 수요 증가가 채무자들의 주택 수요 감소를 상쇄해 실질 주택가격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경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그동안 급증한 가계대출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2017년 8월부터 시행된 여러 가계대출 규제정책에도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실질 주택가격도 소폭 하락했지만, 2020년 3분기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민간아파트 신규 분양 세대수를 고려하면,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모두 언제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주택가격을 안정화시켜 가계대출 증가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신규 주택 공급이 증가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와 사회기반 시설이 몰려있어서 주택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단, 금리 인상과 동시에 신규 주택 공급이 조만간 급격히 증가해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형성되면 주택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전이되는 단초가 된다. 따라서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을 감소시킨 후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과 재개발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순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bhseok@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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