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이 즐비한 IT밸리 판교역 인근, 아직 입주도 덜 끝난 새 건물 1층 한켠에 줄이 늘어섰다. 한 달 전 문을 연 파리바게뜨 직영점 '랩 오브 파리바게뜨' 매장이다.
26일 오후 방문한 랩 오브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의 차세대 전략인 로컬라이징(지역화)과 디지털라이징(디지털화)을 살펴볼 수 있는 매장이다. 정보기술(IT)을 적용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해 제품과 공간에 차별화를 뒀다.
매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존 양각으로 새긴 간판이 아닌 디지털 패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장 벽면 대형 투명 OLED는 쉴새 없이 영상이 움직인다. 이 영상은 밝고 역동적인 공간 분위기를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메뉴판이나 제품을 설명하는 네임택도 디지털로 구성했다.
페이퍼리스(종이가 필요 없는) 매장을 실현해 친환경적 가치를 더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유동인구와 상권 정보를 비롯해 판매 데이터, 날짜, 날씨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 최적의 주문 수량을 결정하는 'AI 스마트주문 시스템'도 적용했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무인 픽업박스도 시선을 끈다. 고객이 제품을 미리 주문하거나 배달을 요청하면 픽업존의 키오스크에서 주문 번호를 입력하고 가져가면 된다. 맞은편에는 벽면에는 다양한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는 냉동고가 마련돼 있다. 사전 주문 제품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시스템 '해피스테이션'은 일반 키오스크와 달리 커피바 테이블에 장착돼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쇼케이스도 전체 공간 분위기에 맞춰 기존 매장에서 보기 드문 개방형으로 꾸며졌다. 진열된 제품도 랩 오브 파리바게뜨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졌다. 이 매장 특화 제품만 100여개에 달한다. 매장 중앙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직접 추출할 수 있는 커피 스테이션이 자리잡고 있다. 각종 커피 기구와 제조 과정을 설명하는 태블릿이 설치돼 있다.
한켠에 자리잡은 오픈 주방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판교호감샌드'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고 고객 주문에 따라 케이크를 직접 만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명물로 부상한 '판교호감샌드'는 매장 오픈 한 달째에도 대기 줄이 늘어설 만큼 인기다. 이날 오후 2시에도 10여분이 채 안돼 완판됐다. 판교호감샌드는 쿠키 사이에 호두, 버터크림, 캐러맬을 넣었고 감정을 이모티콘처럼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표정을 쿠키에 각인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랩 오브 파리바게뜨가 들어선 판교 테크원타워는 현재 입주율이 30% 수준이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IT기업들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라 방문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 관계자는 “랩 오브 파리바게뜨는 기존 직영점 오픈과 비교해 객수와 매출 모두 2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