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증서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설 인증 시장을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본지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44개 본허가 사업자 중 39개사가 네이버 인증서를 채택했다. 88.6%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설인증서는 네이버(네이버 인증서), 금융결제원(금융인증서), NHN페이코(페이코 인증서), 뱅크샐러드(마이데이터 인증서), KB국민은행(KB모바일인증서), 신한은행(신한사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인증서) 등 7개 사업자가 공급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공동인증서, 자사 사설인증서 외에 1개 이상 사설인증서를 적용해야 한다.
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다수 사설인증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데이터 본사업 시행 6개월이 지난 현재 대부분 사업자가 자사 인증서 포함 2~3개 인증서만 채택해 비교적 인증서 확대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정보전송요구 API 호출도 상위 소수 마이데이터 사업자로부터 집중 발생하는데 사설인증서도 마찬가지”라며 “서너개 사설인증서를 채택해도 실제로는 네이버 인증서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대부분이어서 인증서 중복 채택수를 빠르게 늘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네이버 인증서는 은행, 증권, 카드, 핀테크 등 전 마이데이터 사업자 업권을 장악했다. 은행 업권에서는 자체 인증서를 보유했거나 금융결제원 금융인증서를 자체 인증서로 바꿔 사용하는 은행을 제외하면 10개 사업자 중 5개 은행이 네이버 인증서를 채택했다.
증권업권에서는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을 포함한 8개 사업자 중 6개가 네이버 인증서를 도입했다. 카드업권에서는 9개 사업자 중 우리카드를 제외한 모든 사업자가 네이버 인증서를 채택했다. KB국민카드는 KB모바일인증서와 토스인증서를 병행 채택했다. 카카오페이도 네이버 인증서를 적용했다. 올 하반기 카카오인증서가 마이데이터 사설인증서로 적용되면 카카오인증서를 추가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결제원 금융인증서는 네이버 인증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2개 사업자(50%)에 채택됐다. 금융인증서는 기존 공동인증서 수준의 높은 안정성과 보안성, 자체 브랜드가 아닌 마이데이터 사업자 브랜드 위주로 노출하는 점 등에서 범용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3위는 NHN페이코의 페이코 인증서와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인증서로, 각 10여개 사업자에 인증서를 공급했다. 토스 인증서의 경우 주로 증권·카드업권 사업자에 공급, 영역을 확대했다.
마이데이터와 사설인증서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신규 진입할 카카오 인증서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플랫폼 양대 산맥인데다 카카오 인증서가 약 2800만건 발급되는 등 사용자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한 마이데이터 사설인증서 제공사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을 위해 사용자가 많이 쓰는 인증서를 중복 채택할 수밖에 없다”며 “마이데이터 사설인증 시장도 플랫폼 기업 장악력을 피해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