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의 지난 4년 경영 성적은 A를 줄 만하다. 상장 계열사 7개의 영업이익이 2018년 구 회장 취임 후 두 배 이상 늘었다.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그룹의 주요 7개 상장사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77조원으로 28%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조6000억원에서 15조8000억원으로 244%나 급등했다.
구 회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효율성' '선택과 집중'이다. 그는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투자는 늘리고 성장이 둔화한 모바일과 태양광 패널 사업은 과감히 접는 등 그룹 체질 개선에도 무게를 뒀다. LG 주변에서 “젊은 총수로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겸손하면서도 의사결정은 정확히 한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LG는 선대 회장 때부터 가장 '욕을 덜 먹는 재벌'로 꼽혔다.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 깨끗한 조직문화가 강점이었다. 구광모 회장은 전 직원 자율복장제, 코로나19 시기에 맞는 재택근무제 등 스타트업의 장점까지 흡수하면서 LG의 좋은 문화도 잘 이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X의 계열 분리도 별 탈 없이 마무리했다.
이제 5년 차를 시작하는 구광모 호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은 대부분 대기업이 사업에서 성과를 늘리는 시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 위기에서 구 회장의 판단과 경영 능력이 다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난 4년의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와 AI·빅데이터, 로봇, 전장 등 유망 영역 투자로 성장 발판을 다진 만큼 이제는 상징적인 성공사례를 보여 줘야 한다. '안정 속 성장'을 넘어 구광모 회장만의 색깔 표출도 더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