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이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문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SMR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선언이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산업 메가트렌드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로 요약된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SMR다.
SMR는 전기출력 300MW 이하 출력을 내는 원전이다. 모듈화 개념을 활용,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확장성이 크다. 공장 제작, 현장 조립으로 건설 기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기존 전력망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수소 생산과 해수담수화 및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세계 유수 전문기관은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관별로 일부 다르지만 공통으로 2030년대부터 SMR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캐나다 SMR위원회는 2030년부터 2040년까지 세계 SMR 시장 규모를 연간 80GW, 약 13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2035년까지 65~85GW 규모 시장을 예상한다. 블럼버그NEF는 2040년까지 1376GW 규모 시장을 전망한다. 이 때문에 해외 주요 기업과 기관은 SMR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SMART라는 SMR 모델을 개발,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혁신형 SMR(i-SMR)'을 개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2021년 1월 혁신형 SMR의 신속한 기술개발과 산·학·연 기술협력을 위해 500억원 규모 자체 R&D 과제에 조기 착수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학계 등과 수행하고 있다. 특히 SMR 기술개발 국책 사업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해 추진한 다부처 공동 예타사업이 지난 5월 말 최종 통과됐다.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혁신형 SMR는 170MWe급으로 무붕산,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 등을 설계에 적용해 국내외 SMR 대비 안전성, 경제성이 개선됐다고 평가된다. 노심,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자로를 구성하는 주요 기기를 단일 원자로 압력용기 내에 배치하는 등 단순화된 설계도 대형원전과 비교되는 특징이다. 만일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 시 운전원 개입 없이도 자연대류를 이용한 잔열 제거 등 자동 냉각돼 안전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형 SMR의 안전성 목표다.
2028년 혁신형 SMR의 표준설계인허가(SDA)가 완료되면 상용화를 위한 첫 실증로 건설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개발단계부터 첫 실증로 건설을 위한 협의 및 마케팅을 적극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세계 SMR 시장에 진출해 2030년대 초반 첫 실증로 건설을 완료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은 대형원전 분야에서 40년 이상 기술 개발 및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 기술 역량과 우수 연구인력, 기자재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국내 원전산업계, 관련 연구기관 및 학계와 힘을 모아 혁신형 SMR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미래 원자력 산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