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30분만 쪼이면 자동차 표면 흠집을 스스로 원상 복구하는 투명 보호용 코팅 소재가 개발됐다.
보호용 코팅 소재는 제품 색이 드러나도록 무색·투명해야 하고 고가 제품 표면을 보호할 수 있도록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특히 자동차 보호용 코팅 소재는 온도 등 외부 변화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자가 치유 기능을 부여하기가 지금까지는 매우 어려웠다. 일례로 분자 이동이 자유로워야 자가 치유 성능이 높은데, 이 경우 내구성이 약해진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진철·박영일·정지은 연구원팀이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성과를 냈다고 28일 밝혔다.
개발 소재를 코팅하면 한낮 햇빛에 30분 이상 노출로 흠집이 사라진다. 흡수한 빛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고분자들이 원래 그물망 구조에서 해체돼 떨어졌다 붙기를 반복하며 자가 치유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기존 상용 코팅 소재에 특정 물질(힌더드유레아)을 넣어 고분자들이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는 동적 화학결합을 설계했고 여기에 투명한 광열 염료(빛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염료)를 섞어 화학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했다.
기존에도 광열 염료를 활용, 자가 치유 기능을 연구한 시도는 있었지만 보통 색깔이 있는 무기물질을 활용했다. 투명해야 하는 코팅 소재로 적용이 어려웠다. 또 광열 효과를 내는데 많은 빛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연구팀이 활용한 광열 염료는 투명 유기물이어서 근적외선 파장 빛 에너지를 쓴다. 근적외선은 한낮 햇빛에서 약 10% 미만 적은 양을 차지하는 장파장 에너지원으로 야외 자동차 운행 시 자동차 표면 온도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유기 광열 염료는 고유 색상이 없어 제품 색에 영향을 주지 않고 다양한 도료에 잘 배합된다. 비용도 저렴해 상용화에 유리하다.
개발 코팅 소재는 향후 자동차 등 수송기기, 스마트폰 및 컴퓨터 등 전자·정보 기기, 건축재료 코팅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 자동차 재도장 시 다량 발생하는 유해성 유기용매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폴리머 머티리얼스' 5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진철 연구원은 “값싼 상용 고분자 소재와 광열 염료를 이용해 자기 치유 코팅 소재를 합성하는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 화학연 주요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