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놓고 금융사들이 '도전'과 '규제' 사이 딜레마에 빠졌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지만 디지털자산에 대한 금융당국 정의가 아직 모호해 금융사 참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추후 부산시가 구체 사업 요건을 담은 제안요청서(RFP)를 확정하면 구체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시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바라보는 금융권 분위기는 '반신반의'에 가깝다. 사업 공공성을 내걸었지만 실제 사업 활성화와 공공성 확보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부산시가 주축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타 민간 사업자보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그동안 가상자산거래소에 금융사가 투자하는 게 사실상 금지였는데 부산시가 나서면서 이 분야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을 준비했다가 사실상 결정을 보류한 것도 당국의 이 같은 기류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타 금융사보다 적극적으로 부산 거래소 사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대체불가토큰(NFT), 미술품 투자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도를 해왔다.
이에 비해 해당 사업에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부산시가 총괄하지만 정작 부산시가 출자하지 않고 사업비 750억원 전액을 민간이 출자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정작 부산시가 출자하지 않으면 결국 민간사업자와 다를 바 없는 셈”이라며 “5대 대형 거래소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큰 장점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과 디지털자산에 대한 금융사의 직접 투자에 대해 아직 우려하는 점도 사업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커스터디 법인에 지분투자를 한 것처럼 이번 디지털자산거래소도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면 이를 금지할 근거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대형 금융사들이 아직 규제 정비가 덜 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분야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당국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지주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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