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사고저항성핵연료(ATF)'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시 피해 확대 속도를 늦추는 것과 함께 폭발 위험이 있는 수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원자로 제조사 등이 ATF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로를 구성하는 주재료인 지르코늄 합금의 약점을 극복하는 게 핵심이다.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 지원 아래 도시바 등이 비등수형경수로(BWR),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압수형경수로(PWR)용 ATF를 개발 중이다.
현재 논의 중인 방식은 △지르코늄 합금을 크롬으로 코팅해 강도·내열성 개선 △지르코늄 합금을 내열성이 우수한 개량 스테인리스강으로 대체 △지르코늄 합금을 산화하지 않는 세라믹 재료로 대체하는 것 등이다.
닛케이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서는 전력 상실에 따른 냉각수 주입 실패로 원자로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또 핵연료를 담은 지르코늄 합금과 고온 수증기의 화학 반응으로 수소가 대량 발생해 폭발하면서 원자로를 날려버렸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ATF가 원전 사고 시 핵연료의 멜트다운을 지연시키고, 수소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ATF 개발에 가장 앞서있는 미국에서는 2020년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지원 아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크롬 코팅을 더한 스테인리스과 세라믹을 적용한 노심을 개발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ATF 조기 상용화를 위한 관련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한국전력이 크롬코팅을 적용한 노심, 개량 연료 펠릿 등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러시아, 벨기에 등도 ATF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원전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자력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