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보급형 폴더폰을 개발하는 것은 폴더블폰 대중화를 겨냥한 것이다. '갤럭시노트'라는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연 것처럼 강력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 폴더블폰이 출시되기 전에 '선점 효과'를 보겠다는 포석도 있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그러나 중국의 화웨이, 오포, 아너, 샤오미 등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의 완성도가 아직 삼성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수년 내 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
애플의 폴더블 출시는 더욱 위협적이다.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방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장 모멘텀을 위해 출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보급이 빨라지면 3~4년 내 폴더블 기기 시장에 참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은 애플이 폴더블폰을 출시하기 전에 프리미엄과 보급형 제품 등 두 트랙으로 시장을 전방위로 공략,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4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3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처음 폴더블폰을 선보인 2019년부터 연평균 100% 이상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이 수십만원대 보급형 폴더블폰을 출시하면 시장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 스마트폰도 프리미엄급은 출시가가 100만원을 넘는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폴더블폰이 그 아래 가격으로 출시되면 스마트폰 주류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보급형 제품은 인도, 동남아 등 성장 국가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폴더블폰 판매량 볼륨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도 갖춘다. 폴더블폰 가격을 더욱 떨어뜨려서 판매량을 확대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2024년 보급형 폴더블폰이 출시되면 5년 만에 프리미엄과 보급형 2개 라인업이 완성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를 2010년에 처음 출시하고 5년 만에 보급형 제품 갤럭시A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보통 갤럭시 S시리즈에 처음 탑재한 신기능을 2~3년 내 보급형 갤럭시A 모델로 하방 전개한다. 과거 플래그십 제품에만 탑재한 손떨림방지(OiS) 기능을 몇년 후 갤럭시A에 탑재하는 식이다.
삼성이 폴더블폰 저변을 넓히면 후방 생태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 관련 부품 업계 등의 수혜도 예상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