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백신 1호 허가가 났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확보한 나라가 됐다.
자부심을 내세워도 좋을 일이다. 개발 착수 2년 만에 국제 기준을 만족시키는 백신을 내놨다는 것은 놀랄 만한 성과다. 이번 허가를 바탕으로 추가접종(부스터샷)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혁신의약품 개발에도 나설 수 있어 방역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발표에서도 자축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장 말대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아 국가와 과학자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국민을 보호하고 또 우리 대한민국을 보호한다는 일념”으로 얻은 성과다.
일념만으로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적자에도 수십년 동안 관련 사업에 투자한 기업의 뚝심과 혜안, 선진 시스템을 재빨리 도입한 정부의 적극 행정이 없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방역 주권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국산 코로나 1호 백신을 만들어 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사장은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정부와 보건당국, 글로벌 기구와 기업, 연구기관, 그리고 불철주야 백신 개발에 힘써 온 우리 구성원들의 노력이 바탕으로 작용했다”고 우리 사회 전반의 노력을 치하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를 흔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저력을 발휘해 방역 주권을 세웠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갈 차례다.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글로벌 감염병 확산을 막는데 기여하는 한편 글로벌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서 지분을 넓혀 갈 차례다. 지금까지 발휘해 온 역량을 펼칠 기회가 왔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올 3월 발표한 '글로벌 백신 시장 및 한국의 백신 수출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백신 수입 규모는 23억5500만달러로 수출액인 5억1900만달러의 4.5배에 달했다. 사실 이 격차도 최근 들어 많이 줄인 것이다. 2017년 우리나라 백신 수출 규모는 1억8300만달러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늘어난 백신 위탁생산 덕에 그나마 차이를 줄였다.
2022년 현재 국내 의약품 시장의 역량은 엄밀히 말해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다. 자체 상품보다는 위탁개발생산, 복제약품 등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이런 산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민간기업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좁은 내수시장이라는 한국의 물리적 한계는 의약품, 헬스케어 산업에도 큰 약점이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통할 만한 제품과 기술을 내놓으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탄생은 정부와 민간이 같은 목표를 놓고 합심할 때 세계에서 통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관련 산업과 관료, 전문가들이 이번 허가를 계기로 사기가 높아지길 기대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